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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3' 환율전쟁 여파 한반도 강타

입력 : 2012.10.30 05:46

'고래싸움'에 낀 원화 비상…美대선까진 강세 될 듯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의 통화정책 완화로 불붙은 '신(新) 환율전쟁'의 여파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 탓에 원ㆍ달러 환율은 13개월 만에 1,100원 선을 무너뜨리며 본격적인 '원화 강세'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멈출 줄 모르는 선진국의 '돈 풀기'와 최근 심해진 위험자산 선호 현상 때문에 내년에는 환율이 1,060원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美ㆍ日ㆍ유럽발 '환율전쟁' 본격화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는 전 거래일보다 1.20원 내린 1,095.80원에 장을 마쳤다.

환율은 이달 25일 1,098.20원(종가)을 기록하며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100원 선을 하향 돌파했다.

올해 6월 5일 1,181.80원으로 연고점을 찍은 지 불과 넉 달여 만에 하루가 멀다 하고 연저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 1,000원 시대를 연 외형적 요인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강화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이 옅어진 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진국이 경쟁적으로 통화정책 완화에 나선 영향이 가장 크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경기를 부양하고 자국 통화를 약세로 유지하고자 앞다퉈 돈을 푼 것이 원화 강세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의 돈 풀기 경쟁은 올해 하반기 들어 본격화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9월 6일(현지시각) 유로존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는 단기 국채매입 프로그램(OMT)을 시행하기로 했다.

일주일 뒤에는 미국이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하며 '선진국발 환율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9월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매달 4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사는 3차 양적완화(QE3) 계획을 발표했다.

양적완화는 정책금리를 더 낮출 수 없는 중앙은행이 채권을 삼으로써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일종의 `비상 대응책'이다.

그러자 환율 방어에 비상이 걸린 일본도 통화전쟁에 가세했다.

역시 1주일 뒤인 9월 19일 일본은행(BOJ)은 자산매입기금을 기존의 70조 엔에서 80조 엔으로 10조엔 늘리는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내놨다.

정책금리(0~0.1%)는 동결했다.

올해 상반기 경제 연착륙과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위안화 약세정책을 써온 중국은 일단 미국 대선을 앞두고 위안화 강세를 지켜보고 있다.

미국이 연일 위안화 절상 필요성을 강조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9일 중국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값은 오전 한때 19년 만에 가장 낮은 달러당 6.2376위안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중국 역시 다음 달 새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내수 진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언제든 `환율전쟁'에 가세할 수 있다.

◇고래 싸움에 낀 한국…원화 강세 '비상'

경기 부양과 환율 방어를 위한 선진국의 '돈 풀기 경쟁' 속에 원화는 9월 들어 절상 속도가 빨라졌다.

올해 9월부터 이달 28일까지 원화는 달러화보다 3.52% 절상됐다.

환율은 1,134.70원에서 1,097.00원으로 37.70원 떨어졌다.

올해 1~8월 원화 가치가 1.50%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절상폭이 눈에 띄게 커졌다.

원화는 엔화보다 강세를 나타내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역시 9월부터 이달 28일까지 원화는 엔화보다 5.07% 절상됐다.

특히 일본은행이 이달 30일 양적완화 조치를 추가로 내놓을 수 있어 엔화 약세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원화 가치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으로 뛰고 있지만 다른 아시아 통화가 동반 강세를 보이는 점과 환율변동폭이 크지 않은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현상으로 분석된다.

올해 9월부터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달러보다 3.29%, 말레이시아 링깃은 2.49%, 싱가포르 달러는 2.20%, 필리핀 페소는 2.10% 절상됐다.

중국 위안화는 같은 기간 달러화보다 1.39% 절상됐다.

올해 상반기에 0.92% 절하됐던 것과 비교되는 양상이다.

3분기 원ㆍ달러 환율 일중변동폭은 4.10원으로 2분기 4.60원보다 줄었고 전일 대비 변동폭 또한 4.20원에서 3.20원으로 감소했다.

◇"환율, 내년 3분기 1,060원대 후반까지 하락"

HSBC와 ABN암로, SC은행 등 10개 주요 은행 딜러들이 최근 내놓은 내년 환율 전망을 보면 중장기적 하락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0개 은행 딜러들이 분석한 올해 연말 환율 전망치는 평균 1,097.50원이었다.

내년 1분기에는 1,089.00원, 내년 3분기에는 1,069.50원으로 더 내려간다.

투자은행(IB) 가운데는 BNP파리바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내년 환율을 1,000원 선으로 잡기도 했다.

선진국의 통화정책 완화 영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다 위험자산 선호현상도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박해식 선임연구위원은 "(원ㆍ달러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미국의 1, 2차 양적완화를 했을 때 증권자금이 한국에 많이 들어왔는데 이번에도 비슷할 수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국내 가계부채 문제 등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외환당국이 시장에 적극 개입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점도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외환시장에서는 원ㆍ달러 환율인 장중 1,100원선을 찍었던 이달 23일 당국이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한다.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지자 당국은 26일에도 구두개입으로 `속도 조절'에 나섰다.

그러나 당국 개입으로 인한 반등 폭은 크지 않았다.

외환선물 정경팔 시장분석팀장은 "미국 대선후보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경고하는 마당에 중국도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고 있다.

우리 당국도 시장에 개입하기 어려운 시기다.

미 대선까지는 환율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의 원화 절상폭을 고려하면 환율 하락 속도는 다소 느려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리선물 변지영 연구원은 "최근 하락세가 이어진데다 중장기 대내외 경제전망이 밝지 않은 점을 생각하면 환율 하락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락 속도가 가파르면 매도쏠림 방지를 위한 당국의 미세조정도 잦아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