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대학원에서 경제학 수업을 들을 때였습니다. ‘금융파생상품’을 전공하신 교수님께선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수학기호로 절 힘들게 하셨습니다. ‘∑’, ‘∫’, 고등학교 졸업 후 제대로 구경해본 적도 없는 난해한 기호들이 칠판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난 역시 공부할 머리가 아니었구나.’ 참 괴롭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애꿎은 머리만 긁적이며 수업을 듣던 어느 날, 교수님께서 제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이 문제의 답은 뭔가요?” 전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습니다. “교수님, 사실 제가 경제학을 전공한 게 아니고요, 전 이과 출신인데요.” 교수님께선 잠시 말을 멈추셨습니다. 그리고 단호한 표명으로 저를 꾸짖으셨습니다.
“지금의 미국 월스트리트가 어떻게 처음 생겼는지 아세요? 아폴로 우주선이 달 착륙한 이후, NASA(미국 항공우주국)의 사업과 예산이 축소됐습니다. 그러자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인 NASA 출신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이 1980년대 대거 월스트리트로 진출했습니다. 그 수학자, 물리학자들은 뛰어난 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파생금융 상품과 새로운 투자전략을 만들어냈습니다. 결국, 이런 파생금융학도 학생과 같은 다 이과출신들이 만든 겁니다. 반성하세요!”

당시엔 참 난처했었는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매우 흥미로운 얘기였습니다. 우주공학이 지금의 ‘금융공학’을 탄생시켰다니. 대단한 파급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조금 더 알고 보니, 우주과학이 우리 삶에 끼친 영향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여름철 멋쟁이들의 필수품인 선글라스는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우주비행사들의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유리 외벽 등이 견고하게 견딜 수 있게 만든 기술도 우주선의 계기판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개발됐습니다.
진공청소기는 달 표면의 암석을 채취하기 위한 기술에서 나왔고, 정수기와 전자레인지는 우주선 안에서 먹고 마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헬스장에 있는 운동 기구도 우주정거장에 장기 체류하는 우주인의 건강을 위해 개발된 것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 몸의 이상을 진단하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장치, 자기공명영상기술(MRI) 장치 같은 첨단 의료기기에도 우주공학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신호처리 기술이 담겨 있었습니다. 공기청정기, 산소호흡기, 휴대용 혈압계도 우주과학 기술이 만든 성과였습니다. 이처럼 ‘우주과학’이란 학문은 단순히 사람을 달에 보내고, 태양계를 탐사하는 ‘화려한 성과’만 내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우리 생활 속 깊이 들어와, 우리의 삶을 바꾼 그런 학문이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전공 교수는 제게 이런 얘기를 해줬습니다. “NASA에 근무하는 정규직원은 2만 명, 그 가운데 과학기술자들은 1만2 천여 명에 이릅니다.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참여하는 계약직 직원까지 포함하면 전체 직원이 20만 명이나 됩니다. 거기에는 우주 항공기술뿐만 아니라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질학, 의학을 비롯한 거의 모든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이 총 망라돼 있습니다. 그 우수한 인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내는 기술력의 수준과 폭은 얼마나 넓고 깊을까요?”
반면, 우리나라 우주과학을 총괄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인력은 고작 700여 명에 불과합니다. 순수 연구 인력만 계산하면 600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앞선 기술을 조금이라도 배우기 위해 러시아에 아쉬운 소리를 하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 로켓을 맡겨야 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부의 미래’에서 “우주 개발에 1달러를 투자하면 그 경제 효과는 최대 12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마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 중국, 등 강대국들이 우주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겠지요. 또, 우리가 ‘나로호’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합니다. 나로호가 우리 우주과학 기술을 한 단계 높여주길, 국민 여러분과 함께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