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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러시아, 23년 만에 아프간전 실종자 찾아 나서"

입력 : 2012.10.24 03:47


198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서둘러 철군했던 러시아는 지금까지 풀지 못한 숙제가 하나 있다.

당시 행방불명 처리된 병사 265명의 생사 여부를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아프간에 정착해 조용한 삶을 이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당국이 종전 23년 만에 이들 실종자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나섰다.

외부인에게 문턱이 높기로 정평이 난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지난주 이례적으로 내외신 기자들을 대거 초청해 당시의 실종자들을 찾는데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스크바에 본부를 둔 참전용사위원회(WVC)의 알렉산드르 라브렌티예프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일부 실종자가 생존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문제는 그들이 우리와의 접촉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WVC에 따르면 러시아를 비롯한 옛 소련권에서는 실종자들에 대한 사면법이 진작 발효됐다.

전쟁 도중 아프간에 투항했거나 현지 잔류를 선택했던 병사들도 처벌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라브렌티예크 부위원장은 "생존자들은 귀국할 경우 건강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련은 1979년 당시 아프간 공산정권의 요청으로 아프간에 파병했다가 파키스탄, 미국 등의 지원을 받은 이슬람 무장세력의 완강한 저항에 굴복해 10년만인 1989년 쫓기듯이 병력을 철수했다.

10년여에 걸친 전쟁 과정에서 소련군 병사 1만 5천명 정도가 사망했다.

대부분은 남자 병사였지만 여성이나 민간인도 일부 희생됐다.

다수가 전투 중에 숨졌지만 추위와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도 많았고 일부는 전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아프간 여성과 결혼해 현지에 정착하거나 아니면 인근 파키스탄이나 유럽,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로 건나간 병사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WVC가 이들을 찾아 나선 것은 실종자들의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러시아 당국은 생존자의 절반은 러시아, 나머지 절반은 다른 소련권 국적의 보유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리브렌티예프 부위원장은 "사랑하는 가족들이 여전히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언론 간담회를 여는 것도 도와달라고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신들보다 인적 네트워크가 뛰어난 아프간 기자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WVC는 많은 병사들이 비석도 없이 묻혀 있을 땅이 지금 다시 분쟁지로 변했지만 가능하다면 그런 지역도 직접 답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라브렌티예프 부위원장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도움을 청하는 대목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NYT는 밝혔다.

그는 "지금와서 왜 과거의 상처를 헤집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내 대답은 같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찾아가면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