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은 고전적입니다. 제가 올해만 해도 관련 기사를 쓴 것이 세 번이나 됐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수법이 중앙선 넘은 차량과 사고를 내는 것입니다. 사기범들은 자신들도 다칠 수 있는 큰 도로보다는 주택가 이면도로를 주된 범행 장소로 택합니다. 도로 폭이 좁아 대부분 속도를 줄인 채 운전을 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차를 운전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택가 이면도로는 양쪽에 빽빽하게 주차한 차량 때문에 빠져나가기조차 힘겹습니다. 이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중앙선을 침범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칙적으로 ‘중앙선 침범’ 사고는 형사 처벌까지 받게 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1개 항목에 해당됩니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도 존재합니다. 직접 만나본 피해자들도 어차피 따져봤자 중앙선을 넘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자신이 분명 잘못한 것이니 굳이 신고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합니다. 사기범들은 이 점을 노려 범행을 계속한 것입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다.

고의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 대부분은 사고 당시 이상한 느낌을 받습니다. 보통 좁은 길을 마주보며 지나갈 땐 속도를 줄이고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마련인데 상대방이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또 마치 일부러 사고를 낼 것처럼 다가온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철저하게 느낌일 뿐입니다. 명백한 사실은 내 차가 중앙선을 넘은 상태에서 사고가 났다는 것입니다.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내 잘못이구나.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고 합의를 서두르게 됩니다.
취재를 하면서 들은 경찰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운전자들이 알고 있는 상식은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중앙선 넘은 상태에서 사고가 난 것은 사실이지만 주차된 차량이나 주변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앙선을 넘었다면 ‘중앙선 침범’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기가 아니더라도 업무상 과실치상 정도로 처리돼 합의나 종합보험에만 가입돼 있다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의 사고로 의심이 들면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권유합니다. 그래야지 상대방이 일부러 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낸 전력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고의 사고로 판명이 나면 가해자에서 피해자 신분으로 바뀌고 억울하게 보험금이나 합의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신고하면 된다지만...
불가피하게 중앙선을 침범했을 때 사고가 난다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중앙선 침범’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기사에서 보여드린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저 멀리서 대기하고 있다고 피해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진행을 하자 달려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상대방의 고의성이 명백하기 때문에 중앙선 침범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판례에서도 같은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히 그 사실을 입증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보험 사기로 의심이 들어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사기가 아니라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보험사기는 보험금을 타낸 횟수가 중요한데 이 자체가 적어 혐의 없음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상대방의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피해자 상당수가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현장 사진을 찍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작은 증거라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고 당시 현장을 그대로 녹화한 블랙박스가 많이 보급돼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한결 수월해졌지만 여전히 물증 보단 심증에 불과한 경우도 많습니다.
의심이 되면 신고하세요. 하지만..
복잡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일부러 사고를 낸 것으로 생각이 되면 신고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래야지 억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신고했을 때 경찰 조사 단계에서 중앙선 침범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결론이 나면 문제는 복잡해집니다. 접수가 됐기 때문에 처벌은 불가피합니다. 경찰 단계에서 합의를 하면 재량에 따라 처벌을 피할 수 있기도 하지만 원칙대로 하면 형사 처벌을 받습니다. 더구나 신고를 했다면 보통 원만한 합의를 원했던 상대방이 가만있지 않겠죠? 상대방이 전치 8주 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통상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속칭 빨간 줄이 가는 것인데 사실 돈만 생각하면 합의금보다 적게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기분은 좋지 않겠죠? 다들 이 부분 때문에 신고를 꺼려합니다.)
어쨌든 다시 강조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최대한 많은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블랙박스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만약 없다면 목격자와 현장 사진 등을 챙겨야 합니다. 사진 한 장이 결정적 증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중앙선 침범 사고는 ‘중앙선 침범’ 때문에 사고가 나야 인정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