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유로존 재정강화를 위한 은행연합 구축에 한 걸음 나아갔지만, 여전히 모호한 구석이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에 유로존내 6천개 모든 은행들에 대한 감독권을 부여한 것이다.
감독 시행은 연말까지 법제도를 만들고 나서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감독 시행 시기 불분명
이번 합의는 유로존을 이끄는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 정상간의 담판에 기초를 둔 것으로 보인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6천개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내년 1월부터 감독을 하자고 요구해온 반면 메르켈은 다국적 대형 은행들만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도입하자는 입장이었다.
즉, 감독 대상과 시행 시기 중 프랑스와 독일이 하나씩 주고받은 셈이다.
전날 정상회의에 앞서 올랑드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 충돌했지만, 회의 직전 회동한 자리에서 이 같이 봉합한 것으로 관측된다.
독일 정부는 내심 메르켈 총리가 승리했다는 반응이다.
표심을 잃을 수 있는 자국은행에 대한 ECB의 감독 시행을 최소한 내년 9월 총선 이후로 늦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은행에 대한 감독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간다고 했지만, 언제까지 완료하겠다는 구체적인 데드라인이 빠졌다.
현실적으로는 2014년이나 돼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에발트 노본티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위원은 "2014년 1월부터 대규모 은행들부터 단계적으로 은행감독을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스페인ㆍ그리스 처리 문제 등 논의 안돼
은행감독 시행 데드라인이 정해지지 않음에 따라 언제부터 유로존 구제금융이 직접 은행을 지원할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다.
단일 은행감독권 체계 마련은 구제기금으로 하여금 은행을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전제조건이다.
은행연합이 완성되려면 예금자보호 체제와 부실 은행에 대한 워크아웃 및 청산 체제를 갖춰야 하지만 은행들이 공동으로 예금을 보증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원국 사이에 이견이 크다.
메르켈 총리가 전날 독일 의회에서 EU 통화 집행위원이 회원국 예산에 대한 거부권을 갖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올랑드 대통령의 거부로 의제로 채택되지 않았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이에 대해 "우리들 중 아무도 각국 의회에서 얘기한 것을 모두가 즉각적으로 따라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차기분 집행 여부도 분명하게 매듭짓지 못했다.
또 스페인의 전면 구제금융 신청 여부 역시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 "준비가 안 됐다"는 입장으로 인해 다뤄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 6월말 구제금융의 은행직접 지원과 국채매입, 그리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단일 은행감독체계 마련이라는 큰 틀의 합의한 것에 비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둔 성과는 합의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다.
◇독일-프랑스 큰 입장차만 드러내
오히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독일과 프랑스의 입장차가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함으로써 향후 유로존 정책의 합의에 난항을 예고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전날 회의에 앞서 "프랑스는 선거를 치렀고 독일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다"면서 메르켈 총리가 유로존 단일 은행감독 시행 시기를 늦추는 것은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고 꼬집었다.
메르켈은 이에 "은행감독 문제와 내년 선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연결짓는 것은 잘못됐다"고 맞받아쳤다.
금융시장에서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소폭 하락했지만, 유럽 증시는 주요 지수가 하락했다.
전반적으로는 무덤덤한 반응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FGA-MG 발로레의 프란시스코 살바도르는 "은행연합에 정상들이 무엇을 합의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스페인이나 그리스, 아니면 성장에 관한 논의도 없었다면 도대체 무엇을 얘기했는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 사무소 임철재 차장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유로존 현안에 대해 획기적인 진전을 이뤄내기에는 시간상으로 부족했다"며 "스페인 처리 문제 등은 오는 12월 정상회의에 앞서 내달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즈음에나 좀 더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베를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