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시달리는 유럽에 분리주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영국 정부와 스코틀랜드 자치 정부의 분리독립 주민투표 합의 발표와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 분리독립 정당의 지방선거 압승은 분리주의 움직임 분출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와 2014년 말 분리독립 투표를 시행키로 합의했으며, 하루 전 실시된 벨기에 지방선거에서는 네덜란드어권인 북부 지역의 분리 독립을 추진해온 정당이 압승을 거뒀다.
스페인에서는 재정위기로 중앙 정부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 추진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유럽 각국의 경제난을 틈타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민족주의 정당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스코틀랜드 독립…주민투표로 결정 =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알렉스 새먼드 자치정부 수반 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당수의 합의로 1년 가까이 논란이 됐던 분리독립 주민투표 시행이 확정됐다.
1707년 잉글랜드와 단일 의회와 정부로 통합된 스코틀랜드로서는 300여 년 만에 자체 판단에 따라 분리독립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스코틀랜드 주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최근까지도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의견이 7대 3으로 우세해 독립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스코틀랜드는 1603년 제임스 6세 스코틀랜드 왕이 영국 왕위에 오르면서 잉글랜드와 통합 과정을 밟았으나 잉글랜드에 대한 민족적 반감이 아직도 뿌리 깊이 남아있다.
2014년은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를 상대로 벌인 독립투쟁에서 이겼던 배넉번 전투의 700주년이라는 점에서 독립 분위기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SNP를 비롯한 분리독립 운동 진영은 북해 유전을 근거로 독립하면 부유한 유럽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보수당 연립정부는 스코틀랜드가 복지 혜택과 국가적 영향력 등 그동안 누리던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영국에서는 스코틀랜드에 이어 북아일랜드에서도 민족주의 노선의 아일랜드 신페인당을 중심으로 분리독립 국민투표 실시론이 달아올라 중앙정부를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 벨기에 플랑드르, 분열 가속화 = 북부 플랑드르 지역 분리독립 추진 정당인 '새 플랑드르 연대(NVA)'가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분리 움직임이 표면화했다.
600만 명의 인구와 경제력을 갖춘 플랑드르 분리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건 NVA의 지지율은 2007년 선거에서는 미미했지만, 이번에는 30% 안팎으로 치솟아 분리독립 열기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데 베버 NVA 당수는 선거 승리 직후 "과세권을 가진 정부가 플랑드르 지역에선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중앙 정부에 대해 과세권과 경제정책 등 자치권의 대폭 확대를 요구했다.
자치권을 점진적으로 늘려 분리독립의 길을 가겠다는 구상이다.
벨기에는 부유한 북부 플랑드르계(네덜란드계)와 상대적으로 가난한 남부 왈로니아계(프랑스계)로 구성돼 서유럽에서 지역적·민족적 갈등이 가장 깊은 국가로 꼽힌다.
인구 1100만 명 가운데 플랑드르계는 58%, 왈로니아계는 31%다.
총선의 영향으로 정치권 분열이 불가피해 당장 초긴축으로 짜인 내년 예산안 처리에도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또 이 같은 분리 독립 움직임은 유로존 위기로 불거진 빈국과 부국 사이의 갈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카탈루냐, 스페인 경제난 틈타 독립 숙원 이루나 = 스페인에서는 카탈루냐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세금을 뜯기는 대신 독립하겠다며 중앙 정부에 맞서고 있다.
스페인 경제의 20%를 담당하는 인구 최대 지역 카탈루냐는 재정 위기를 겪는 스페인 내 다른 지역을 지원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재정위기로 중앙 정부의 통제력이 떨어진 상황이라 카탈루냐로서는 독립의 숙원을 이룰 호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탈루냐 자치 정부는 스페인 의회의 국민투표 승인안 부결 처리에도 오는 11월 25일 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하겠다는 태도이다.
앞서 중앙 정부에 요구한 독자적 조세청 신설 방안이 거부당하자 분리독립을 위한 국민투표 시행을 결정했다.
카탈루냐는 중앙 정부의 빚이 늘어나면서 세금이 너무 많다며 재정 독립을 요구한 데 이어 8월에는 중앙정부에 5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등 독자적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런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