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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노벨의학상 '역분화줄기세포(iPS)'의 희망과 숙제

한세현 기자

입력 : 2012.10.15 10:09


몇 년 전 박사과정(수의학) 입학시험을 볼 때였습니다. 당시 이런저런 사정으로 공부를 제대로 못 했던 저는 불안한 마음으로 시험지를 받아들었습니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틀린 적이 법이죠. 전 1번 문제를 보는 순간 바로 좌절했습니다. “Explain about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역분화줄기세포에 대해 설명하시오.) 고백하건대, ‘역분화줄기세포’란 단어를 그때 처음 봤습니다. 세부 문항은 절 더 괴롭혔습니다. ‘역분화줄기세포’의 배양과정, 임상적용 범위와 가능성,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설명하시오. 짧은 시간 수많은 생각이 스쳐 갔습니다.

천운이 따랐는지 시험은 간신히 통과했습니다. 줄기세포와 관련해 알고 있는 내용은 모조리 다 적었는데, 아마 지도교수가 그런 점을 높게 평가한 거 같습니다. 일종의 ‘감투상’ 같은 것이었겠죠. 입학 후 지도교수는 제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넌 노벨상을 받을 연구도 모르고 어떻게 기초의학을 공부하겠다고 하니?” 전 그저 머리만 긁적였습니다.

그때로부터 4년이 지난 며칠 전, 뉴스를 보다가 친숙한 이름이 들렸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존 거든’과 일본 교토대학의 ‘신야 야마나카',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였습니다. 두 사람은 성숙하고 분화된 세포도 다시 자라날 수 있는 미성숙 세포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공로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바로 저를 힘들게 했던 '역분화줄기세포'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역분화 가능성’, 20세기 최고의 과학적 성과

‘줄기세포(Stem cell)’가 발견된 지 어느덧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이젠 ‘줄기세포’란 단어를 들어보지 못한 국민이 없을 정도입니다. 줄기세포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신체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가장 초기 단계 세포’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수정란이나 성체조직에서 유래해, 미성숙한 상태에서 점차 자라서 백혈구, 근육, 신경세포와 같은 특정 세포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분화(Differentiation)라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역분화(Dedifferentiation )'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세포는 미분화 상태에서 점차 분화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이것은 수천 년간 이어져 내려온 인류의 상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분화된 세포가 거꾸로 미분화된 상태로 거슬러서 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오래된 컴퓨터를 공장에서 출고될 때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더 쉽게 말씀드리면, 노인이 다시 갓난아기로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이지요. 이는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 엄청난 일입니다.

하지만, 생명연장을 향한 인간의 의지는 끝이 없습니다. 수많은 연구가 진행된 끝에,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형태의 ‘세포 역분화’가 일어날 수 있는 사실이 밝혀냈습니다. 복제양 ‘돌리’처럼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넣어 핵을 집어넣으면 거기서 새로운 한 개체가 탄생할 수 있고, 또 줄기세포와 융합을 시키거나 체외배양을 하는 과정에서도 ‘역분화’가 가능하다고 알려졌습니다.

일본 야마나카 교수팀, '역분화줄기세포' 확립

그러나 이 분야에서의 가장 획기적인 연구는 지난 2006년 일본 교토대학의 야마나카 교수팀이 만들어냈습니다. 성숙한 체세포에 Oct-4, Sox-2, c-myc, Klf-4, 이렇게 4가지 유전자를 넣으면 ‘역분화’가 일어나, 성숙한 체세포가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미분화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밝혀낸 것입니다. 이어서 2007년에는, 이들 세포는 생식세포로도 분화가 가능한 ‘전분화능 줄기세포로’도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역분화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라 이름 붙였습니다. 이 연구로 인류는 이미 분화된 체세포를 통해 배아줄기세포와 거의 차이가 없는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정규식 경북대 줄기세포치료연구소장은 “줄기세포연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이 획득한 가장 큰 수확은 ‘세포 치료’라는 실증적 성과보다 세포의 분화에 관해 우리가 몇 천 년 동안 믿었던 과학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거던 교수는 지난 1962년, 개구리의 내장 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성숙하지 않은 난세포 핵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야마나카 교수는 2006년 쥐의 손상되지 않은 성숙세포를 미성숙한 줄기세포로 전환하는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두 과학자는 이런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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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분화줄기세포’, 줄기세포의 새로운 방향 제시

이러한 ‘역분화줄기세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어떤 것일까요? 불과 몇 년 전 온 나라를 떠들썩했던 ‘체세포 복제연구’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배아줄기세포’는 대개 환자와 유전형이 서로 다르므로, 이들로부터 분화된 세포를 이식할 경우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의 유전형과 같은 유전형의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기증받은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여기에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이른바 ‘체세포 핵이식’ 방식으로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경험된 바와 같이, 그 연구에는 인간의 난자를 이용해야 하는 만큼 많은 윤리적 문제가 따릅니다. 게다가, 몇천 개를 시도해도 인간의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성공한 예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역분화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이런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피부 절편 조각만 가지고 그 체세포를 역분화시키면, 환자 자신과 유전형이 똑같은 훌륭한 ‘배아줄기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성공률도 높아서 대부분의 실험실에서 이러한 ‘역분화줄기세포’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역분화줄기세포’는 환자와 유전형이 일치하는 줄기세포를 얻는 문제를 매우 간단하면서 훌륭하게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삼성서울병원 하철원 교수는 "보통 노벨상은 10~20년가량 연구결과를 지켜본 뒤 수여하는데, 이번에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수상자가 나왔다."라면서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실용화 가능성을 높인 점을 크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이번 연구를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에 대해선 글 마지막 부분에 다시 설명했습니다.)

윤리적 문제는 극복했지만, ‘불안전성’ 남아 있어

그렇다고 ‘역분화줄기세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닙니다. 아직 임상에 적용하기까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역분화줄기세포’는 oct4 등의 ‘분화능(stemness)'을 갖게 하는 유전자를 바이러스에 감염시켜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역분화줄기세포’가 암으로 발전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분화해 제대로 기능을 수행할지 '안정성'의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oct4, myc 같은 인자들은 발암인자(Oncogene)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바이러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 등의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에 이러한 virus system과 oct4 등의 과발현 외의 방법으로 ‘역분화줄기세포’를 만들고자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이보다 효율적인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역분화줄기세포’도 분화 능을 가지고 있지만, 직접 뽑아서 사용하는 배아줄기세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불완전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특정세포로 분화시키는 문제가 아직 남아 있는 것입니다. 결국, 그런 점에서 보면 '윤리적' 문제를 제외하면 배아줄기세포도 월등하다고 얘기하긴 어렵습니다. 얼마 전 일본 도쿄대 병원의 모리구치 히사시가 ‘역분화줄기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했다는 것이 오보로 드러난 것만 봐도, 아직 임상에 바로 적용하기까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의 현주소

그럼, 과연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한때 우리나라는 줄기세포 연구의 최선봉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학문적 신뢰성과 윤리적 문제로 줄기세포 연구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 등은 줄기세포 연구에 집중투자해 세계 줄기세포 연구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04년 캘리포니아 재생의학연구지원재단을 세워 30억 달러, 약 3조 3천억 원 규모의 예산을 줄기세포 연구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윤리적인 문제를 피해 갈 수 있는 '역분화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지난 2010년, 야마나카 교수를 중심으로 ‘역분화줄기세포 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대학 내에 흩어져 있던 18개 연구그룹 120명을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낸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일본은 ‘역분화줄기세포’ 관련 논문은 105편을 발표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우리는 ‘빅3’로 불리는 미국, 일본, 독일보다 연구의 질은 말할 것도 없고, 양적으로도 발표한 논문이 1/10수준에 불과합니다.

정부도 ‘줄기세포연구’를 국가성장을 이끌 주요 연구 분야로 정하고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한국줄기세포학회장인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정부 예산이 줄기세포 치료제와 같은 실용화나 산업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는 연구자는 연구비도 제대로 못 받아 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합니다. 또, 김정범 울산과기대 한스쉘러줄기세포연구센터장은 “한국의 줄기세포 관련 연구책임자급 인력은 100여 명에 불과하고 주목받는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연구의 다양성이 부족해졌다.”라고 비판합니다.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로 이어져야 하는데, 줄기세포 연구를 이끌어갈 능력 있는 연구자를 못 길러 내다보니, 연구가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만큼 연구의 다양성도 부족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결국,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를 하려면 새로운 분야에 꾸준히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생명연장과 무병장수를 향한 인간의 끝없는 바람은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본능적인 바람은 훌륭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그 인류의 오랜 염원을 푸는 데 조금 더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붙임 1. 성체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는 배아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제대혈과 골수, 지방 등 분화가 끝난 조직 속에 섞여 있는 극소량의 줄기세포를 분리해 사용합니다. 이 때문에 윤리적 부담이 없어서 현재 연구도 가장 진척돼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성체줄기세포’는 무려 150여 종에 이릅니다.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한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등처럼 이미 상용화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체줄기세포 연구의 단점은 성체줄기세포의 분화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응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골수세포는 혈구 세포로, 피부 줄기세포는 피부로, 후각신경 줄기세포는 후각신경 세포로만 분화되는 식입니다. 이런 숙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붙임 2. 배아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는 사람 몸의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갖춘 세포이기 때문에 ‘성체줄기세포’와는 달리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배아줄기세포’는 다시 `수정란 배아줄기세포`와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로 나뉩니다. ‘수정란 배아줄기세포’는 불임 치료 목적으로 생산한 수정란 중 사용하고 남은 배아를 이용하기 때문에 생명을 파괴한다는 점은 피할 수 없지만, 어차피 폐기될 수정란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부담이 비교적 덜합니다. 하지만, 단점은 정자와 난자를 결합해 만든 줄기세포를 DNA가 일치하지 않는 제삼자가 이용하면 ‘면역거부반응’이 강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반면,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는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그 자리에 환자 본인의 체세포를 넣은 것이기 때문에 유전물질이 100% 일치하므로 ‘면역거부반응’이 전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기술’은 분화능력도 뛰어나면서 면역거부반응도 전혀 없는 '꿈의 기술'로 평가됩니다. 과거 황우석 박사팀이 연구했던 것이 바로 이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입니다. 물론,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는 윤리적 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하나의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하기 위해 수천 개의 난자를 써야 하고, 또한 배반포기까지 키운 체세포복제 배아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대신 자궁에 착상시키면 그것이 바로 `복제인간`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