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케냐 공립병원 앞, 관 진열한 채 영업

입력 : 2012.10.08 01:07


케냐 서부 지역에서는 장의 업체들이 공립병원 입구에 관(棺)을 진열해 놓고 환자와 가족들을 상대로 영업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현지 일간지 더 스탠더드가 7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부 지방도시 카카메가, 웨부예 등지의 장의 업체들이 병원 입구에 관을 진열해 놓고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의 업체들은 마치 병원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케냐 정부는 지난 2006년 이런 행위를 금지한 바 있어 엄연한 불법이다.

환자와 가족들은 진열된 관을 보면 죽음을 재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항의하고 있지만 업체들은 중환자 가족들을 상대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관은 가격도 다양하다.

싼 것이 5천 케냐 실링(한화 6만 7천 원)이고 고가품은 3만 케냐 실링(한화 40만 원)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카카메가 공립병원의 다니엘 알루시올라 병원장은 장의업체들에 관을 진열하지 말라고 주문했다며, "병원이 정문을 만들기 전부터 주위에서 영업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들을 쫓아낼 수도 없는 일"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중병 상태로 병원을 찾는 환자와 가족들이다.

이들은 병원을 들어설 때 관을 보게 되면 회복에 대한 열망이 사라져 버린다며 황망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아들이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 입원한 앤드루 체몽게 씨는 아내를 위로하려고 병원 밖으로 나온 순간 장의사가 접근했다며 당황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아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한 장의사가 다가와 "선생님, 아들을 잃어 얼마나 가슴이 아프십니까? 관을 저렴한 가격에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해 가슴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주민들도 행정관청과 병원 책임자들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한 가운데 일부 지역 인사들은 병원 주위에 관을 진열하는 업자들을 처벌하지 못하는 당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한 장의업자는 그러나 병원이 사업을 영위하기 가장 좋은 곳이므로 다른 곳으로 사업장을 이전할 생각이 없다고 반박했다.

프레더릭 올루가 케냐 의료치과연맹 서부 지부장은 장의업자들이 공립병원의 의료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영업에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립병원이 양호한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다면 환자 사망 건수가 대폭 줄어들 것이므로 이들은 자연히 병원 근처를 떠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열된 관이 환자들의 회복욕구를 저하시킨다는 그는 "우리는 관을 병원 입구에 진열해 죽음을 평범한 일상으로 만들었다. 병원에 가는 것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는 것이 되었고, 이는 케냐 의료 체계의 열악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립병원의 의료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나이로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