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이후 11년 만에 개정된 한미 미사일 지침은 현 정부가 본격적인 개정 협상을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타결'이란 결실을 보게 됐다.
과거부터 `사거리 300㎞와 탄두 중량 500㎏ 이하'로 제한된 미사일 지침의 개정 필요성은 계속 제기돼 왔으나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은 2009년 4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를 한 이후부터다.
정부는 2009년 초부터 미사일 지침 개정을 위한 자체적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구와 준비를 시작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지침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는 그해 4월 대정부 질의 답변에서 `미사일 주권을 제약받는 것이 옳은 것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으며 변무근 당시 방위사업청장도 그해 10월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미 양국이 본격 협상에 착수한 것은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등을 겪으면서 한국군의 정밀타격 능력이 더욱 절실해진 2010년 말 이후다.
2010년 9월부터 외교통상부가 나서 미국 국무부와 외교당국 간 협상을 처음 시작했다.
그러나 비확산 차원의 협의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군 당국이 협상 주체로 나섰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미사일 대응능력위원회를 구성해 논의의 속도를 높였다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협상 초기 우리 정부는 `사거리 800~1천㎞와 탄도 중량 1천㎏'은 최소한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우려를 내세우며 절충안으로 550㎞ 수준으로 합의하자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청와대가 직접 나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협상을 벌이기 시작했다.
협상은 지난 7월 한일 정보보호협정 파문으로 물러나기 전까지 김태효 당시 대통령 대외전략기획관이 주도했다.
김 전 기획관이 물러난 이후에는 천영우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직접 나서 지휘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4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이후부터 더욱 밀도 있는 회담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이 우리의 800㎞ 안을 받아들이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고심 끝에 사거리를 기존의 300㎞에서 800㎞로 늘리고 탄두중량은 500㎏을 유지하는 선에서 개정 협상을 타결지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무인항공기(UAV)의 탑재 중량을 미국의 고(高)고도 무인찰기인 글로벌호크 수준인 2.5t 수준으로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관철시켰다.
정부가 탄두중량 500㎏를 수용키로 한 것에는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방식을 적용할 경우 사거리 550㎞만 되더라도 1t의 탄두중량을 확보할 수 있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협상의 큰 틀을 마무리한 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로부터 별다른 이견이 없음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년여간 진행된 개정 협상을 최종 마무리한 뒤 지난 5일 새로운 미사일 지침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
미국이 이번에 상당 부분 우리 입장을 수용한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최상의 한미동맹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외교가는 관측하고 있다.
정부가 이 대통령 임기 내에 미사일 지침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