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경제

'수사 후폭풍' 100억 대 이란 수출 무산

입력 : 2012.10.03 05:11

은행 까다로운 조건에 수출 막혀 선급금 되돌려보내


검찰이 이란 위장거래 의혹을 수사하고서 중소기업들의 대이란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에서 계약금 등을 미리 보내와도 국내 은행들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거는 바람에 수출이 무산되거나 적기에 선적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무역업체가 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명의 계좌에서 1조원 이상을 위장 거래 수법으로 국외 5~6개국으로 분산 송금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를 벌이자 은행들은 이란 수출입 거래에 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 때문에 호주 국적자가 우리나라에 세운 A 유한회사가 이란 연안 유전시설에 사용될 강관을 최근 수출하려다가 좌절됐다.

국내에서 해당 제품을 구매해 수출하기로 하고 착수금 조로 이란 수입업자가 101억 원을 9월 초에 우리은행에 보내왔다.

A사는 그 자금을 찾아 물건을 사 이란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우리은행은 수출에 필요한 완벽한 서류를 해오기 전에는 자금을 줄 수 없다고 맞섰다.

우여곡절 끝에 A사는 적기에 서류를 갖출 수 없게 되자 9월 말 이란으로 이 돈을 돌려보냈다.

A사는 수입업자가 돈을 보내와도 그 자금을 활용하지 못한 채 자기 자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냐며 불만을 제기했다.

우리은행은 검찰 수사 이후 대이란 수출기업의 조건을 대폭 강화했다.

통상 사전송금 수출건에 필요한 선하증권(B/L) 외에도 송장(Invoice), 포장명세서(Packing List) 등 여러 가지 서류를 요구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3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에 온갖 서류를 준비하라고 하니 수출계약이 좌절될 수밖에 없다. 적은 금액도 아니고 100억 원에 달하는 물건을 먼저 선적하고 나야 돈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우리은행은 "첫 수출 때는 대게 신용장 거래를 한다. 선수금이 접수되면 실제 거래가 있는 건지 더 자세한 수출입 관련 서류를 받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신용장을 개설해서 하는 거래보다 사전송금 받는 방식이 업체 쪽에 더 안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관련 절차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수출품과 관련한 서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무역외 거래나 돈세탁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한다.

이란 수출입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는 계좌를 가진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사전송금 방식으로 거래할 때는 이전 수출입 기록이 누적되고 신용이 쌓인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돈을 내준다.

그렇지 못하면 이란에서 수입대금이 들어와도 1주일이나 한 달 정도 보관하다가 되돌려보낸다.

은행권의 이런 `몸 사리기' 탓에 대이란 수출이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