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추석 택배는 '특수'…택배기사는 '한숨'

입력 : 2012.09.28 08:37

하루 14시간 일, 건당 700~800원…"명절 끝나고 관두는 사람 부지기수"
"과일·정육 선물세트 특히 무거워"…점심은 빵이나 김밥으로 대충


"하루에 14시간씩 일해요. 점심도 그냥 차 안에서 빵으로 때우는 형편인데 힘든 만큼 벌이는 별로…"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택배 물량이 폭증한 가운데 정작 배송기사들은 열악한 근로 환경과 저임금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추석을 이틀 앞둔 28일 춘천지역 H택배회사의 6년차 배송기사 최모(35)씨는 오전 7시 사업소에 출근 도장을 찍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명절을 앞두고 물량이 2배가량 는 탓에 자기구역 물건을 찾아 트럭에 옮겨 싣는 '하차' 작업을 하는데만 2시간이 넘게 걸린다.

평소에는 하루 100개 정도 배달을 하는데, 명절이 되면 180개 이상 늘어난다.

이어 좁은 골목길에 차를 대고, 수취인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하고 나서 집집마다 배송하다 보면 오후 8시를 넘기는 건 다반사다.

2분에 한 집꼴로 돌다 보면 점심은 편의점에서 사온 빵이나 김밥으로 대충 때울 수밖에 없다.

배송 일을 다 끝내고 나서는 사업소에 들어와 집하지역에 따라 택배를 분류하는 '상차' 작업을 1~2시간 정도 더 해야 하루 일과가 끝난다.

하루 14시간 근무.

물량이 쏟아지는 날에는 어깨를 주무르며 밤샘작업을 하기도 한다.

최씨는 "명절 때마다 물량이 늘어나니 '대목'은 대목인데, 기름 값 쏟아붓고 밥 못 먹고 녹초가 될 때까지 일하는 것에 비하면 손에 쥐는 돈은 얼마 안되니 명절 끝나고 관두는 사람도 부지기수"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최씨는 대부분의 택배 배송기사와 마찬가지로 배달한 물량만큼 임금을 받는 '지입기사'.

기사에게 떨어지는 건당 단가는 무게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700~800원 선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개당 1천원 이상 하던 배송 단가는 업체들이 저가영업에 열을 올려 배송료를 낮추면서 300원가량 떨어졌다.

여기에 4대 보험 혜택이 없이 일하는 개인 사업자로 기름값, 밥값, 통신비 모두 본인이 부담한다.

춘천의 또 다른 택배업체 D회사에서 지입기사로 2년째 일하는 이모(29)씨는 "명절 특수라고 쇼핑몰이나 택배회사는 좋을지 몰라도 기사들은 어서 명절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고 귀띔했다.

넘쳐나는 물량에 인력이 달리지만 고된 노동과 불안정한 처우에 일하러 오는 사람이 없어 몸이 아파도 쉬지를 못한다는 것.

이씨는 "과일, 정육 선물세트는 특히나 무거운데다 배송이 밀려서 혹시나 물건이 상할 때에는 해결하느라 골치를 썩여야 한다"며 "배송 단가는 낮은데 기름 값까지 오르니 차라리 '용달'을 하는 것이 낫다"고 토로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11 물류인력 수급실태 조사'를 보면 '물류현장에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기업의 답변이 전체의 56.8%에 달했으며 인력부족의 이유는 ▲과중한 업무로 인한 잦은 인력 이동(38.3%) ▲물류수요 증가(20%) ▲물류업에 대한 편견(19.2%) 순이었다.

D회사 춘천사업소의 한 현장관리자는 "택배회사들이 가격입찰 경쟁에서 이기려 무리하게 납품 단가를 낮추다 보니 현장에서 일하는 택배 기사들의 근무여건은 열악해지고 수익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저단가 경쟁을 없애지 않는 이상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춘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