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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간암 사망 직전 살인 고백…"CCTV는 없었다"

박세용 기자

입력 : 2012.09.27 09:27|수정 : 2012.09.27 09:49


‘암 사망 직전 살해 고백, 이상한 점은?’

이 취재파일 내용에 서울 광진경찰서(피의자 이 모씨 입건)는 강력 반발했습니다. 간암 말기의 무기징역 수형자가 구치소에서 8년 전 살인 사건을 고백하고, 공범이 있다고 말하고, 경찰이 그 공범을 끝질기게 추궁한 끝에 결국 자백을 받아낸 사건. 자백은 받았지만 사건 현장에서 피의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 달아난 피의자가 찍히지 않았으며, 피의자 진술이 사건 정황과 다른 점이 있다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그래서 8시 뉴스에서 보도할 때, 명일동 주부 살해 사건을 자백했다는 그를 확정 판결을 받지 않은 순수한 피의자로 간주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사건 당일,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 관련입니다. 광진경찰서는 앞서 취재파일에서 명시했듯이, 엘리베이터에 “CCTV가 없었다”고 재차 밝혔습니다. 주부를 살해하고 달아난 이 씨가 CCTV에 찍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CCTV 자체가 설치되지 않았었다는 것입니다.

수사팀 관계자는 주민들을 탐문한 결과, 2004년에는 엘리베이터에 CCTV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에 설치됐다는 것이죠. 아파트 단지 입구에 하나 있던 카메라가 전부였다는 것입니다. 추가로 확인한 주민 한 분도 당시에는 엘리베이터 CCTV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광진서 수사팀은 강동서에서 가져온 CCTV 사진 몇 장이 전부라고 했습니다. 피의자 진술과 당시 상황이 모순되지 않는다는 게 광진경찰서의 설명입니다.

또 한 가지, 피의자 이 씨의 진술입니다. 이 씨가 2004년 명일동 주부 살해 사건을 자백하면서 ‘누워 있던’ 주부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진술했다고 했는데, 이 부분도 사실과 다르다고 광진경찰서는 밝혔습니다. 이 씨는 피의자 진술조서에서 ‘서 있는’ 주부에게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고, 흉기를 휘두른 위치와 회수도 정확히 기억했으며, 현장검증에서는 피해 여성이 서 있는 상황을 재연했다고, 광진서 수사팀은 설명했습니다. 2004년 강동서 수사팀, 그리고 국과수의 분석 결과와 다르지 않기에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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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진술조서와 현장검증 동영상 전체를 확인시켜주겠다며 오라고 했지만, 제가 다른 일정상 미처 가지 못했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나온 400여 건의 DNA 감식 시료 가운데 이 씨의 것과, 죽음을 앞두고 고백한 자의 것으로 확인된 게 없다는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모자 쓰고, 장갑 끼고, 침 안 뱉고, 체모 안 빠지고, 담배꽁초 안 버리고, 이랬으면 DNA는 물론 안 나올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8년 전, 경찰이 숨진 주부의 가족 가운데 한 명을 용의선상에 올리면서 유족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긴 사건입니다. 유족은 한 집안의 엄마를 잃은 애끊는 고통에 더해, 가해자로 몰린 억울함까지 한으로 품고 살아야 했습니다. 유족은 8년 만에 피의자를 검거한 것에 대해 경찰에 감사함을 전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가해자로 몰렸던 그 황당한 억울함도 어느 정도 풀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피의자 이 씨의 자백, 진범만 알 수 있는 몇 가지 진술에 의존하고 있고, 사건 당일 그가 범행 장소에 갔다는 증거나 다른 뭔가가 없습니다. 그가 앞으로 검찰이나 법원에서 진술을 바꿔버리면, 당시 필로폰에 취해 환각 상태여서 정신이 없었다고 말을 바꿔버리면, 강도살인죄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씨는 이미 연쇄 살인의 죗값으로 무기징역을 살고 있습니다. 검찰이 뭔가 다른 걸 찾아낼 것인지, 기소한 뒤 사형을 구형할 것인지,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 관심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