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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한 대입 수험생과 어머니가 입학서류를 바꿔치려고 대학 사무실에 두 번이나 몰래 들어갔다가 붙잡혔습니다. 과도한 스펙 경쟁이 낳은 웃지 못할 촌극이었습니다.
이대욱 기자입니다.
<기자>
그제(24일) 새벽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 사무실에 중국집 배달원으로 위장한 수험생 모녀가 몰래 잠입했습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제출하는 서류를 추가로 끼워 넣기 위해서였습니다.
끼워 넣는데 성공했지만 이미 제출한 서류 중 일부를 다시 들고 나오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대학교 직원 : 서류로만 심사하기 때문에 서류가 많아요. 50페이지 내라고 하는데 100페이지, 200페이지 내는 분들이 있거든요.]
없어진 서류를 학교가 알아챌까 봐 다음 날 새벽 서류를 채워놓으려고 다시 잠입했지만 이번엔 덜미가 잡히고 말았습니다.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받는 각종 서류는 최대 15종류나 됩니다.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는 기본이고 소개서를 입증할 수 있는 각종 증빙서류까지 첨부해야 합니다.
영어 공인점수에 각종 경시대회 입상 실적까지 증빙 서류를 채우려면 수험생들은 이른바 스펙 꾸미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범/교육평론가 : 내 친구는 경시대회 준비를 해서 입상 경력이 있어요. 입학사정관제에 지원할 때 그 경력을 써먹으려고 하는데 나는 경력이 없어요. 그러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학교에서 일일이 채워주지 못하는 스펙 치장을 노린 각종 사교육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습니다.
[원고 소송대리인 김원고 변호사입니다. 원고도 참석하였습니다. (피고 측 소송대리인) 네, 박피고 변호사입니다.]
모의재판 경시대회에서부터 경제 경시대회까지 경시대회를 위한 사교육 시장에는 고시 합격자까지 동원되는 실정입니다.
[현직 고교 교사 : 스펙을 쌓아야 하니깐 얘들이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혼자 준비하면 입상하기 힘들겠죠.]
자기소개서가 당락을 좌우하다 보니 자기소개서 경연대회까지 생겼습니다.
[정병오/좋은교사운동 대표 : 면접관들이 충분히 검증하는 면접을 하면 아이의 내면을 알 수 있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니까 쉽게 돈 안 들이면서 뽑으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성과 가능성을 보고 학생을 뽑겠다는 게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입니다.
그런데 대학이 스펙과 점수만을 강조하는 건 학생의 잠재력을 들여다볼 능력이 없다는 걸 대학 스스로 인정하는 꼴입니다.
(영상취재 : 장운석·주 범, 영상편집 : 박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