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일본 도쿄 한복판 긴자의 한 공원. 비가 세차게 내리는 가운데 욱일승천기와 일장기를 든 일본 우익 3백여 명이 모여 반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이 모임을 추진하면서 자신들의 인터넷 싸이트에 행동 지침을 올렸습니다. 한국인들이 특히 기분 나빠하는 욱일승천기를 준비할 것과 태극기의 네 괘를 바퀴벌레로 형상화한 것을 준비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주최 측은 아예 이 태극기를 바닥에 깐 채 밟고 서서 연설을 하는가 하면 이 공원에 모인 일본인들은 거리 행진에 나서면서 일렬로 서서 차례로 태극기를 밟고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구호는 더 가관이었습니다. 한국과의 단교를 요구하며 한국 제품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이자고 선동하는가 하면 한국을 저주한다면서 재일한국인을 죽이자는 원색적인 구호도 등장했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행진 도중 태극기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짓밟으며 "FUCK KOREA"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극히 친절한 일본인의 두 얼굴이 드러나는 현장을 목격하니 섬뜩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수백 명의 극우파 일본인들 속에서 취재하는 도중 한국인임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들의 행태를 지켜보자니 마음속으로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바로 전날인 토요일, 주일 중국대사관이 위치한 미나토구의 한 공원에선 반중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천여 명의 우익이 집결한 이날 시위는 규모면에서는 반한 시위보다 컸지만 중국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극히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사전에 참가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서 확성기 사용을 자제하고 중국 국기 소지를 금지했습니다. 또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일 때에도 다섯 명씩 짝을 지어 센카쿠는 자신들의 영토라는 구호를 외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최 측은 인터넷을 통해 중국을 자극하는 과한(?)행동을 하지 말 것을 여러 차례에 걸쳐 참가자들에게 주의를 준 상태였습니다.
일본에도 중국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반중 시위 주최 측의 발언은 반한 시위를 벌이면서 자극적인 선동으로 참석자들을 자극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일본 우익의 행태는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갈수록 도를 더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7월 도쿄의 코리아타운 신오쿠보에서 열린 일본 우익들의 시위에선 한국 업소를 돌며 협박을 하고 종업원들을 위협하는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당시에도 태극기를 짓밟으며 모욕하는 행동을 벌였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 도쿄의 코리아타운 신오쿠보에서는 한일 한마다 축제가 열립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류 열풍 속에서 한일 양국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던 행사였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우익들은 이번 행사장에도 나타나 시위를 벌일 예정입니다.
동아시아 영토 분쟁을 계기로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는 일본 우익의 행태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행여 우익들의 시위 현장에서 한국인에 대한 폭행이나 테러가 발생할지 몰라 걱정스럽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도쿄 한복판에서 자국의 국기가 훼손되고 국민들의 생활 터전에서 우익들이 활개를 치며 위협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데도 한마디 항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