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원 감독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기발한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확장해가는 폭넓음에 일단 놀라게 된다. 트렌드에 편승한 기획영화가 지배적인 충무로에서 신정원 감독은 반드시 필요한 영화인이다.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가 영화라는 장르 안에서 안정적으로 착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신정원 감독이 '차우'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점쟁이들'(감독 신정원, 배급 NEW)은 흥미로운 소재에 비해 완성도가 다소 아쉽다.
감독 스스로 '신정원표 코믹 호러' 3부작의 완결편이라고 소개한 '점쟁이들'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점쟁이들'은 전국 팔도에서 엄선된 초인적인 능력의 점쟁이들이 울진리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데뷔작 '시실리 2km'에서는 '시실리', '차우'에서는 '삼매리'라는 가상의 공간을 설계한 바 있는 신정원 감독은 '점쟁이들'에서는 '울진리'라는 신비의 장소를 만들어냈다.
영화가 시작되고 초반 30분까지 펼쳐놓는 이야기와 에피소드들은 흥미진진하다. 울진리의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의 난다 긴다 하는 퇴마사가 한 자리에 모이는 흥미로운 풍경과 울진리라는 마을이 주는 기묘한 기운까지 알듯 모를 듯한 신비롭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가 영화 전반에 깔린다. 이 신비로운 분위기의 흥을 돋우는 것은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캐릭터들이다.
전국 팔도의 점쟁이들을 불러 모으는 점쟁이계의 리더 '박 선생'(김수로 분), 공학박사 출신의 엘리트 점쟁이 '석현'(이제훈 분),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심인 스님'(곽도원 분), 미래를 보는 어린이 점쟁이 ‘월광’(양경모 분), 과거를 볼 수 있는 미녀 점쟁이 '승희'(김윤혜 분), 여기에 울진리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열혈 기자 '찬영'(강예원 분)까지 다채로운 개성의 점쟁이들이 벌이는 신명나는 기량쇼는 영화의 매력을 끌어올린다.
그러나 의외로 영화에서 돋보이는 배우는 김수로도 이제훈도 곽도원도 아니다. 김태우의 동생으로 알려진 배우 김태훈이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다. 그는 울진리 미스터리의 키를 가진 악의 축으로 등장해 인간과 귀신의 경계에 있는 캐릭터를 무게감 있게 연기해냈다.
또, 엄마에게 응석을 부릴 법한 어린이가 애늙은이 같은 말투를 구사하며 웃음을 자극하는 양경모 군의 연기도 신선하고 흥미롭다.
코믹과 호러의 조화로운 공존을 의도하는 영화답게 때로는 머리 풀어헤친 귀신이 등장해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슬랩스틱에 가까운 코미디를 선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초중반까지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미스터리의 구조를 잘 쌓아가다가 후반부에 이르러 이야기와 캐릭터가 정신없이 뒤엉켜 소동극에 가깝게 치닫는 양상이다. 전, 후반부의 이야기가 균형을 잃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졌다면 보다 흥미로운 코미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점쟁이들'은 오는 10월 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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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영화 스틸컷>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