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9일 대선출마 기자회견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된 질문을 5번이나 받았다.
각종 여론조사의 다자대결에서 안 원장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후보단일화 성사 여부는 야권의 승리 가능성은 물론 대선의 판도를 점쳐볼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후보 단일화 문제를 묻는 첫 질문에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고, 국민이 그것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과 원칙을 제시했다.
또 "이 시점에서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서는 단일화 논의를 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안 원장은 이후에도 대선까지 독자노선을 유지할지, 신당 창당이나 기성정당 입당 가능성이 있는지 등 관련 질문을 4차례나 더 받았지만, 기존 답변을 되풀이하거나 답변 자체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즉답을 피했다.
"기존 정당정치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두 가지 원칙을 견지하며 열심히 선거활동을 하면 양 정당도 제대로 된 개혁, 민의를 받드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 "진정한 변화를 원하는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릴 수 있다"는 것이 안 원장의 답변이었다.
안 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후보단일화를 필승 전략으로 삼아온 민주당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것이다. 또 후보단일화를 위협적 카드로 여겨온 새누리당은 일단 한숨을 돌릴 여유를 갖게 됐다.
그러나 안 원장이 이날 회견에서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진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안 원장은 자신이 내세운 두 가지 원칙을 기성정당이 충족하지 못해 단일화 논의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반대로 이런 원칙만 갖춰진다면 단일화에 응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단일화 논의에 대한 데드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시한을 못박는 것도 아니고 방법 논의도 이르다"고 답한 것은 단일화 여지를 남긴 것으로도 여겨진다.
안 원장이 단일화 문제에 대해 시원한 대답 대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것은 안 원장이 처한 정치적 여건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중도적 이미지가 강점인 안 원장이 벌써부터 특정정당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거론한다면 자신의 지지층 중 하나인 중도층, 무당파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고정 지지층인 중간지대를 확실히 붙들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출마선언문에서 자신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정치쇄신'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자신을 기성정당과 차별화하는 효과를 염두에 뒀다는 관측도 있다.
또 민주당이 후보를 확정한 이후 문 후보의 지지율이 양자대결에서 안 원장을 앞서고 다자구도에서도 좁혀지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안 원장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조짐을 보인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지금과 같은 흐름에서 안 원장이 민주당에 우호적인 입장을 밝힌다면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이 상승 중인 문 후보로 표심이 쏠릴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독자노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엄존한다.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 안 원장의 지지율이 상승해 연대와 협력없이도 당선 가능권이 된다면 굳이 후보단일화를 이뤄낼 필요성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이 단일화에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자신만의 행보를 통해 국민에게 평가받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이유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 단일화 논의가 정국의 초점으로 부상하면 그동안 준비해온 비전이나 공약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릴 시간적 여유도 갖지 못한 채 단일화가 모든 관심을 빨아들일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