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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방사청, '뇌물 직원' 이름 적어내랬더니…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입력 : 2012.09.17 11:47|수정 : 2012.09.17 16:39

방사청, '뇌물 직원' 색출 설문조사 실시…실명 쏟아져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이맘 때면 자정 결의대회를 엽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이번 달에 자정대회를 개최합니다. "비리 없는 방사청을 만들자"며 방사청 직원들이 스스로 약속하는 자리입니다. 올초부터는 부패를 막기 위해 반부패 자유토론회 '청렴 아고라'라는 것도 열고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에는 '부정부패 없는 기관'에 도전하겠다고 자원했습니다. 투명한 기관이 되고자 하는 방사청의 의욕이 대단합니다. 왜 이렇게 청렴하려고 노력하는 걸까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방사청이 '자정'을 외쳐야 하는 이유 이미지 국회 국방위원회의 모 의원이 방사청에 2001년 이후 직원들의 형사입건 자료를 요청했더니 방사청은 2009년부터 올해 3월까지 뇌물 및 공정입찰 방해, 기밀유출, 불량제품 납품 사건이 12건 발생했고, 직원 16명이 연루됐다고 밝혔습니다. 16명 가운데 재판이 종료된 4명은 실형을 받았습니다. 방사청은 2001년부터 2005년까지는 개청하기 전 일이라고 자료를 내지 않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별 설명 없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사건은 이렇게 많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감사원은 지난 3년간 원가산정 부실, 규정 미준수, 계약업무 부당처리 등의 이유로 방사청 직원과 국방과학연구소 직원 등 57명을 적발했고, 이중 17명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방사청은 작년 정부 기관 청렴도 평가에서도 바닥권을 차지했습니다.

'비리 직원' 이름을 적어내시오!!!

자정대회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방사청은 작년 8월말 방사청 직원 청렴도 평가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보도자료 내용은 "동료간 청렴도를 평가하고 최하위 등급을 받은 직원에 대해서는 특별교육을 한다", "교육 후에도 개선의 여지가 안 보이면 퇴출한다"였습니다. 대국민 약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열흘쯤 뒤인 9월 9일 방사청의 계약본부는 직원 412명을 대상으로 대단히 파격적인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비리 직원과 비리 연루 가능성이 큰 직원의 이름을 적어내라는 설문조사였습니다. 설문 항목은 이렇습니다.

- 업체로부터 금품 향응을 제공받았거나 개연성 있는 자
- 과다채무자, 사생활 문란자, 사행성 오락을 즐기는 자
- 팀 내 분쟁이 잦은 자, 출퇴근 불량자
- 일과 시간 과다 이석자 등등

내용 참 살벌합니다. 대놓고 돈 받은 직원을 색출하겠다는 의지도 읽히고, 더 나아가 금품수수 가능성이 높거나 뇌물을 받아야 할 개인적 사유가 있는 '비리 상비군'이 누군지도 묻고 있습니다. 설문 결과는 어땠을까요?

쏟아져 나온 실명들 이미지직장 다니시는 분들은 경험하셨겠지만 상향 평가나 팀원 평가를 할 때 용기가 많이 필요합니다. 좋게 평가하는 일이야 소신껏 하면 그만인데 악평을 하려면 미안하기도 하고 자신없기도 해서 결단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동료 가운데 비리 직원 이름을 적어내라고 하면 고민이 깊어 손이 떨릴 겁니다.

그런데 문제의 방사청 설문조사 결과, 실명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습니다. 의원실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이름이 4회 이상 거론된 직원이 5명 내외였고, 3회나 나온 직원이 8명이었습니다. 2번 거명된 직원은 수십 명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번이라도 적힌 사람은 더 많았겠죠. 방사청도 예상치 못한 결과일 겁니다. 동료의 직장생활을 끝장낼 수도 있는 민감한 설문조사에서 이렇게 과감히 이름을 적어냈으니 방사청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인지 방사청은 설문조사 결과를 폐기해버렸습니다. 계약본부는 방사청장한테 보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최하위 등급을 받은 직원을 솎아내지도 않았고, 특별교육도 하지 않았습니다. "깨끗한 방사청을 만들겠다"던 방사청의 보도자료 자체가 거짓말을 한 셈입니다. 국민들한테 "비리를 없애겠다"고 한 약속도 거짓말인 셈입니다.

덮을 조사 굳이 왜 했나

도대체 방사청은 그냥 폐기할 설문조사를 거창하게 홍보까지 하면서 왜 했을까요? 이 질문을 방사청에 했더니 대답은 우문현답, 동문서답으로 두 가지가 왔습니다. 하나는 "해서 안 될 짓을 했고 그래서 폐기했다"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미운 직원 이름을 적어낼 수도 있으니 정확한 자료가 아니라는 거지요. 방사청이 조사해서 처벌할 권한도 없고, 그렇다고 검찰이나 경찰에 신고하기도 그렇고.. 뭐 그런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보도자료 내면서까지 해서 안 될 짓을 왜 했을까요.

또 하나의 대답은 "육군사관학교, 신병교육대에서도 피어 리뷰(peer review)라는 제도가 있어서 동료를 평가한다. 그런 맥락이다. 결과도 시원치 않았다"입니다. 육사나 신병교육대에서도 비리 생도, 비리 신병 색출하려고 설문조사를 한다? 그건 아닐 겁니다. 결과가 시원치 않고 밋밋했다면 국회의원과 기자가 결과를 알려달라고 통사정을 하는데도 모르쇠에 묵비권 행사할 일도 없습니다.

서둘러 파기는 왜 합니까. 방사청의 누군가, 복수의 직원들은 결과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결과를 시원하게 공개하지 않자 차마 거론돼선 안 될 묵직한 이름이 적혀 나왔다는 등 흉흉한 설(設)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유리방 돼야하는 방사청

방사청, 돈 많이 씁니다. 많이 써도 너무 많이 씁니다. 9조 원이 넘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 방사청이 합니다. 낙찰된 업체는 돈방석에 앉습니다. 또 수조 원이 들어가는 현무 미사일 사업도 방사청이 합니다. 탄도 미사일을 많이 만드느냐 순항 미사일을 많이 만드느냐에 따라 대형 방산업체들의 희비가 갈립니다. 수퍼 갑 중의 갑, 방사청입니다. 유혹이 많을 수밖에 없겠지요. 비리 가능성도 따라서 높아집니다. 투명해도 심하게 투명해야 하는 조직입니다.

그럼에도 부정부패 없애서 투명해지겠다며 실시한 방사청의 작업이 투명하지 못하니 걱정입니다. 군사정권 때 처럼 운동장에 직원들 줄 세워 궐기대회하면 부정부패 없어지는 줄 알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그나저나 누구누구 이름이 적혔을까요? 능력 닿는 대로 취재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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