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취재파일] 조희팔 잡으랬더니…골프 치고 술 접대 받은 경찰

정영태 기자

입력 : 2012.09.09 15:57

희대 사기범 조희팔 뇌물리스트 풀리나?


조희팔. 이 이름을 잊은 사람들도 많겠지만 아직도 절대 잊을 수 없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지난 2006년에서 2008년까지 전국에 파장을 일으킨 다단계 사기 사건 때문입니다. 피해자 3만명에 피해액 4조원으로 일명 '단군 이래 최대 사기사건'이라고 불리는 조희팔 사건.

당시 엄청난 피해 규모에 검경의 수사도 강도 높게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주범 조희팔은
지난 2008년 12월 유유히 한국땅을 빠져 나가버렸습니다. 전국적인 지명 수배망에도 불구하고 태안에서 보트를 타고 서해상으로 나가 바다 한가운데서 배를 갈아타고 중국으로 밀항한 겁니다. 조씨의 일당들도 차례로 중국으로 건너갔고 이들은 중국 옌타이시를 중심으로 최근까지 도피 생활을 해왔습니다.

이 사건 피해자 분들은 삼엄한 지명수배에도 조희팔이 중국으로 빠져 나간 점, 또 핵심 일당이 중국에
도피 생활을 하면서도 4년간 검거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국내에 비호세력이 있을 거라고 오래전부터 주장해왔습니다. 수사와 관련된 정보를 가진 사람이 이들과 유착돼 있지 않은 이상 이렇게 유유자적하며 도주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또 조희팔이 국내에서 그런 대규모의 다단계 사기를 벌이면서도 3-4년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정관계나 사정 기관에 모종의 유착관계가 있지 않냐는 의혹도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그러나 조희팔 본인과 핵심일당에 대한 검거가 늦어지면서 이런 의혹 가운데 사실로 확인된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 사건 담당 경찰관이 조씨를 잡기는 커녕 향응 접대를 받았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가장 많았던 대구지방경찰청에서 맡았었는데요. 2008년 10월부터 2009년 4월까지 대구경찰청 수사2계에 근무하더 정 모 경사가 주무관이었습니다. 정 경사는 사건이 있은지 4년여가 지난 이번달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혐의가 포착됐고 구속됐습니다.

경찰청 수사결과에 따르면 정 경사는 수사팀에서 나온 지 한달만인 지난 2009년 5월 15일부터 20일까지 연가를 내고 중국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목적지는 당시 조희팔이 도피생활을 하고 있던 중국 연태시였습니다. 정 경사는 조씨는 물론 그 일당 3명과 만나 함께 골프를 치고 술도 마셨습니다. 접대를 받은 것이죠. 정 경사 본인이 인터폴에 적색 수배까지 요청했던 사기 피의자로부터 향응을 받은 겁니다. 정 경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6월에도 중국에서 조씨를 만났고 조씨의 핵심 측근들과도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았습니다. 이러는 사이 조희팔 검거는 계속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경찰의 발표가 나오게 됩니다.
경찰청은 직무유기와 뇌물 수수 혐의로 정 경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경찰은 정 경사의 차명계좌에 조씨 측근으로부터 받은 수억원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해 이 돈의 성격도 추궁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피해자 모임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사 담당자가 이렇듯 조희팔과 유착돼 있었으니 어떻게 제대로된 수사와 검거가 가능했겠냐는 것이죠. 피해자 모임측은 수사 담당자였던 정 경사의 비리로 국가기관의 잘못이 명백히 드러난 만큼 국가를 상대로한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유해가 화장됐기 때문에 조희팔의 사망이 DNA 대조를 통해 확인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경찰은
조씨의 핵심측근인 강모씨를 붙잡게 되면 조씨 일당이 은닉한 재산과 여러 유착관계를 파악하는데도 속도를 낼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수년간 드러나지 않아 지금도 피해자들의 가슴에 한으로 남아 있는 조희팔 사기사건의 전모와 은닉재산, 유착관계가 세상에 공개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