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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어렵다는데 접대비 왜 늘어나나

입력 : 2012.09.09 05:17


'안 줄이나, 못 줄이나' 증권업계가 실적이 부진해 광고비는 줄이면서도 접대비를 늘리는 것은 여전히 전근대적인 영업 관행이 자리 잡은 탓이다.

재무제표에 접대비로 잡히는 항목은 회사 업무나 영업과 관련해 거래처와 접촉할 때 쓰는 금액이다.

보통 각종 식사나 술자리, 골프, 명절 선물 등이 이에 속한다.

일종의 로비자금인 셈이다.

증권사는 거래 금액이 적은 개미 투자자보다 규모가 굵직한 기관 투자가나 연기금을 유치해야 실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들을 만날 때 주로 접대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이나 보험사와 달리 증권사는 숫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한데다 사업모델이 거의 비슷해 차별화가 되지 않은 탓에 투자자와 친소관계에 따라 유치 여부가 결정된다"며 "여기에 필수적인 것이 접대비"라고 말했다.

은행이라고 해서 영업에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이 알아서 돈을 맡기러 오는 경우가 많지만 증권사는 직접 나서서 유치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큰 손'인 연기금을 유치하는 것에 증권사의 성패가 걸렸기 때문에 정책 결정자에게 접근해 접대비를 써야 하는 게 증권사의 현재 영업방식이다.

연기금은 국민이 맡긴 자산이라는 점에서 이런 후진적인 영업 관행이 통한다면 소중한 국가 자산이 부실하게 관리될 우려도 크다.

한 증권사 영업담당 임원은 "연기금이 공정한 과정을 거쳐 투자하겠지만 한국 사회의 독특한 영업 문화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연기금 유치는 영업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법인 영업은 일반 기업을 상대로 한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기업의 인수합병과 같은 업무를 맡으면 많게는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증권사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런 '건수'를 유치하려면 관련 업계와 친분과 인맥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증권사는 또 회사채 발행의 주간사를 맡는 데 이 과정에서 접대가 끼어든다.

기업과 증권사의 이런 부적절한 관계는 부실한 기업평가의 원인이 되고 이는 곧바로 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지난해 말 불거진 '현대증권 골프 접대' 사건이 대표적이다.

대한해운의 회사채 발행 주간사인 현대증권의 IB 담당 직원들이 대한해운 직원들과 중국 골프여행을 다녀왔다.

이들이 골프여행을 떠난 시점은 대한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불과 보름 전이었다.

이 회사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뒤통수를 맞은 개인 투자자들은 수백억원의 손실을 봤고 현대증권을 상대로 배상가액 4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한 증권사의 영업담당 과장은 "올해 들어 거래량이 급감해 증권사가 매우 어려운 처지인데 이런 위기일수록 광고는 별 효과가 없는 대신 접대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며 "올해 역시 접대비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사의 수익모델이 천편일률적으로 수수료에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접대 영업이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다..

주요 증권사의 작년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기재된 조사연구비는 대부분 한해 10억원 미만으로 접대비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의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는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어서 비슷비슷한 경쟁사를 제치고 거래사로 선정되려면 접대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증권사의 합병으로 몸집을 크게 불리는 것도 이런 관행을 없애는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