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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왕 소나무를 살려 주세요!

이용식 기자

입력 : 2012.09.05 19:57|수정 : 2012.09.07 15:01


충북 괴산 삼송리 마을이 요즘 술렁이고 있습니다. 평온했던 주민들의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합니다. 다름 아닌 마을 수호신으로 떠받들던 ‘왕 소나무’가 지난주 태풍 볼라벤에 의해 쓰러져 고사위기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엔 예로부터 왕 소나무를 비롯해 노송 세 그루가 유명해 마을 이름도 삼송리로 정했습니다. 노송 세 그루 중 두 그루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차례로 죽고 유일하게 남아 마을을 지켜온 게 바로 ‘왕 소나무’였습니다.

1980년대까지 성황제를 지내며 조상님처럼 떠받들던 수령 600년 된 소나무가 처참히 쓰러져 생사의 기로에 놓인 모습에 주민들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습니다. 혹시 좋지 않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불안감도 번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사고가 난 뒤 이틀만인 지난달 30일 군수도 참여한 가운데 회생 기원제를 올리기 까지 했습니다.
이미지왕 소나무는 키 12.5미터, 둘레가 4.7미터나 되고 줄기의 모습이 마치 용이 꿈틀 거리는 듯이 보인다고 하여 ‘용송’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1982년 11월에 천연기념물 제290호로 지정됐습니다.

태풍에 쓰러진 왕 소나무의 모습은 처참하기만 합니다. 꺾여 부러진 가지를 제거하고 상처 난 곳에 소독을 한 뒤 병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온몸을 붕대로 감아놨습니다. 예전의 위풍당당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화상을 입은 환자처럼 소나무 잎 근처 가는 가지만 남긴 채 나무 전체를 녹화마대(헝겊 종류)로 칭칭 감았습니다.

땅에 처박힌 굵은 가지는 쇠기둥으로 떠받쳐놓았고 일곱 군데에 포도당 링거주사를 맞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뿌리는 수분이 마르지 않도록 흙을 수북 쌓아 올려 덮어줬습니다.

왕 소나무를 살리기 위한 응급처치는 문화재위원 등 전문가들의 회의를 거쳐 지난1일부터 본격 시작됐습니다. 기본방향은 나무를 세우지 않고 누운 채로 살린다는 것입니다. 태풍에 90도로 쓰러지면서 뿌리가 많이 다쳤고 나무를 일으켜 세울 경우 쓰러진 쪽 땅 속에 남아있는 성한 것들까지 다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왕 소나무 회생의 관건은 새 뿌리가 다시 자라고 잎이 돋아나느냐에 있습니다. 살아있어 생명 활동을 하는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선 노화와 사고로 위축된 기력을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입니다. 포도당 같은 영양제를 투입하고 뿌리를 돋아나게 하는 발근촉진제를 발라주는 게 다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이미지왕 소나무가 다시 살 수 있을지, 언제쯤 제자리에 바로 서게 될지 지금은 헤아릴 수 없다고 합니다. 나무병원 진료팀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 딴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들은 나무 주변에 “왕 소나무를 살려 주세요”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고 회생을 한 마음으로 기원하고 있습니다. 백두대간 줄기여서 이 마을을 찾는 등산객들도 성원을 보태고 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습니다. 주민들과 관계자들의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킬 날 왕 소나무는 다시 마을 수호신으로 돌아오겠지요. 그런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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