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규모의 단일 경제권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대한 선호가 유로존 금융 위기 탓에 시들해지고 있다.
경제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만 보고 자격도 덜 갖춘 상태에서 유로존에 들어갔던 그리스 등 일부 국가들이 고통받는 모습은 유로존 가입을 추진하는 일부 동유럽 국가에 반면교사 역할을 하고 있다.
자국 통화를 보유했을 때 환율 변동 덕분에 경제적 불균형을 덜 수 있는 점을 아쉬워한 그리스에서는 지난 5월 총선거에서 옛 통화인 '드라크마'화로 복귀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2015년에 유로존 가입을 추진해온 불가리아는 가입 자격을 충분히 갖춰놓고도 가입을 "일단 보류하겠다"며 한발짝 물러났다.
헝가리 등 독자적 통화를 가진 국가들은 환율이 유로존의 부정적 영향을 줄여준 덕에 그리스처럼 외부 자금 지원에 국운을 걸지 않고도 경제 난국을 헤쳐가고 있다.
◇불가리아 "가입 일단 보류" 불가리아 시므온 잔코프 재무장관은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한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유로존 가입은 비용만들 뿐 이득될 게 없다"며 가입 보류 의사를 내비쳤다.
불가리아는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지 않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20% 이하로 재정이 튼실해 2015년에 유로존에 가입한다는 일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잔코프 장관은 "유로존 가입시 어떤 조건이고, 유로존에 가입한 다음 한두해 지나서 불가리아가 어떤 양상이 될지 확실치 않다"며 "(유로존 가입이) 현재로서는 너무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크로아티아, 유로화에 묶여선 안돼" 내년 7월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승격하는 크로아티아는 유로화에 목을 매어서는 안된다는 경고도 나왔다.
동유럽과 지중해의 관문으로 관광객이 많은 크로아티아는 자국 통화인 쿠나를 버리고 유로존 가입을 그간 추진했다.
이에 대해 영국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최근 데일리 텔레그라프에 "(유럽연합이 있는) 브뤼셀의 올가미에 목을 매지 말라"고 크로아티아에 경고했다.
최근 크로아티아를 방문했던 존슨 시장은 "크로아티아가 근래 발칸 반도에서 나타난 암울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며 "유로화는 크로아티아가 애써 쟁취한 독립과 자결권을 조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유로화를 쓰면 국가별로 상이한 교역과 생산 조건에서 나오는 부작용에 완충 역할을 하는 환율의 긍정적 요인이 없어진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물론 단일 통화를 쓰면 시장 문호가 열리고 교역이 늘어나 경제가 성장하는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지적이 많다.
◇헝가리 "구제금융 협상에 주도권 자국 통화인 '포린트'를 쓰는 헝가리는 2009년에 이어 올해 2월 다시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으나 아직 최종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구제금융 신청 당시만 해도 국가부도에 직면할 것 같던 헝가리는 큰 고통없이 반년 넘게 잘 버텨내고 있다.
이는 포린트화가 방파제 역할을 해 헝가리 경제의 숨통을 틔웠기 때문이라고 경제전문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분석했다.
포린트화는 유로화 대비 환율이 최근 6개월간 가장 변동폭이 큰 통화였으나 평가 절하 덕분에 독일의 벤츠, 폴크스바겐 등 자동차 제조업체의 투자가 늘어났고 농산물 수출도 활발해져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피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내달 초 대기성 구제금융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헝가리는 그간 IMF 등이 요구한 중앙은행의 독립성 확보, 공무원 정년 단축 등 개혁 조치만 이행한다는 조건이어서 국가 전체의 구조조정으로 격변에 빠진 그리스와 크게 대비된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