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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 범죄자, 물리적 거세하라"

남승모 기자

입력 : 2012.09.04 08:06|수정 : 2012.09.07 15:05


고전에 따르면 중국에는 오형(五刑)이 있었다고 한다. 사형·궁형·월형·의형·경형 등 다섯 가지가 그것이다. 죄인의 목숨을 빼앗는 사형을 제외하면 대부분 낯선 형벌이다.

형벌 내용을 살펴보면 월형은 발뒤꿈치를 자르는 것, 의형은 코를 베는 것, 경형은 얼굴·팔뚝 등의 살을 따고 홈을 내어 죄명을 찍어넣는 것으로 형벌의 잔혹함 때문에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명나라 때 기본 법전인 대명률(大明律)에도 오형이 사형·유형·도형·장형·태형으로 바뀌어 있는 걸 보면 옛날 사람들도 형벌이 지나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오형 가운데 사형 다음의 극형으로 돼 있는 것이 궁형(宮刑)이다.

궁형은 남녀의 생식기에 가하는 형벌로, 남자건 여자건 거세(去勢)해 자손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중국의 왕궁에서는 예로부터 이 궁형에 처한 남자를 후궁에서 사용했는데 이를 환관(宦官)이라 하였다.

◈ 죽음보다 더한 치욕, 궁형(宮刑)

궁형에 처해졌던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사기(史記)를 저술한 사마천이다. 사마천은 흉노의 포위 속에서 부득이하게 투항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릉(李陵) 장군을 변호하다 황제인 무제의 노여움을 사, BC 99년 그의 나이 48세 되던 해 남자로서 가장 치욕스러운 궁형을 받았다.

애초에 한(漢) 무제로부터 받은 형벌은 사형이었다. 당시 사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돈 50만 냥을 내고 감형받는 것과, 궁형을 받아 환관이 되는 것이었다. 사마천은 사기를 완성하라는 부친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궁형을 택했다.

사마천은 옥중에서도 저술을 계속하다 BC 95년 황제의 신임을 회복해 환관의 최고직인 중서령(中書令)이 되었다. 중서령은 황제의 곁에서 문서를 다루는 직책이었다. 하지만 환관 신분이었던 탓에 일부 사대부들로부터 멸시를 받아야 했고 운신의 폭 또한 넓지 못했다고 한다.

◈ 21세기, 때 아닌 '궁형' 논의

사마천이 궁형을 당한 지 2천 년이 지난 요즘, 사라졌던 궁형 즉, '물리적 거세'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성 폭행범 기사가 나올 때면 주부 등 일반인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말이다. 농반 진반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심각하게 법안으로 발의된 적도 있다.

지난 2010년 3월 당시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자발찌 관련 법안이었지만 그 안에는 재범 우려가 높은 성 범죄자에 대한 물리적 거세 규정까지 담고 있었다.

물리적 거세라고는 하지만 물론 고대 때와 같은 방식은 아니었다. 재범 우려가 높은 성 범죄자에 한해 자기 의사에 따라 물리적 거세를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었다. 비록 자기 신청에 따라 하도록 하긴 했지만 거세라는 극단적 방법이 등장한 것 자체가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당시 조두순·김길태 사건 같은 흉악 범죄가 발생한 이후에도 성 범죄가 끊이지 않자 국회에서 나온 극약 처방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은 잇단 성 범죄와 관련해 "전자발찌의 실효성을 높여가는 한편 그것만으로 부족하면 약물치료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대책을 적극 검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정치권 등에서 성 폭행범에 대한 성충동 억제 약물치료, 이른바 '화학적 거세'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됐다.

◈ 피해자 인권 VS 가해자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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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거세에 대한 논의가 탄력을 받는 데에는 피해자의 인권이 우선돼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깔려 있다. 범죄자의 인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지만 본인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면 국가가 나서서라도 성 범죄자의 충동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전문가는 성 범죄자 본인을 위해서라도 충동 억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범죄자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가 관리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화학적 거세나 전자 발찌가 좁은 의미로는 재범 방지를 위한 수단이지만 한단계 넓게 보면 성 범죄자들에 대한 배려라며 이런 조치들이 성 범죄자들에 대한 복지 정책적 차원에서 폭넓게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해자에게 인권이니 복지니 무슨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해자가 또 다시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어쩌면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가장 빠른 길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