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가 초반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다.
이념과 계층, 세대를 뛰어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아우르는 국민 대통합의 길을 가겠다면서 야심 차게 시작한 행보가 예기치 못한 안팎의 `악재'에 부딪히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 중심에는 박 후보 자신이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던 5ㆍ16과 유신 등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관된 과거사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경선 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을 지낸 홍사덕 전 의원의 `유신 미화' 발언은 전태일 재단 방문 무산으로 제동이 걸린 박 후보의 통합 행보에 한층 부담을 준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전 의원은 지난 29일 일부 기자들과 만나 "1972년 유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력 연장보다 수출 100억달러를 넘기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해 당 안팎의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한 유신독재를 미화하는 듯한 발언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그는 연찬회장에서는 "경제 얘기를 하다가 유신 이야기가 나온 건데 거두절미하고 그렇게 딱 보도하니까 (논란이 된 것)"이라며 "20년동안 계속 해왔던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친박(친박근혜)계 내에서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친박 인사는 "홍 전 의원의 발언이 박 후보에 대해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고우려를 표했다.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연찬회에 참석한 친박 인사 대다수도 마찬가지였다.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를 다 깎아먹었다" "다들 말 좀 줄이고 살면 안되나" "부적절한 타이밍에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외부 영입 인사들도 가세했다. 정치쇄신 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신 때 긴급조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인권 침해를 당했는데 홍 전 의원이 유신을 그렇게 말한 것은 엉뚱한 발언이고 실언 중에서도 심한 실언"이라고 언급했다.
비대위원을 지낸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도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헌법적 가치를 수출을 위해 부정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친이 직계로 분류돼 온 조해진 의원은 연찬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쿠데타인 유신에 대한 홍 전 의원의 발언은 후보에게도 당에도 좋지 않다"며 "경공업은 민주주의에서 하고, 중공업은 독재권력 하에서만 가능하다는 말로도 보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박 후보가 5ㆍ16이나 유신 시대에 대한 입장 표명의 시기를 앞당겨야 하는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애초 박 후보 주변에서는 `역사 인식' 논란에 대한 전향적 입장 표명의 시기로 야권 후보가 선출된 이후를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후보가 확정돼 박 후보의 역사인식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면 그 때가서 극적인 입장표명으로 논란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유신 미화' 발언의 논란이 확산하면서 박 후보가 시간표를 앞당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상돈 교수도 "박 후보가 그냥 갈 수 없게 생겼다"고 주장했다.
조해진 의원도 "박 후보가 당당하게 국민 눈높이에서 역사적 논란을 정리해야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서 "국민 기대가 높은 대통령감으로서 `아버지의 딸'을 넘어서야 한다.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라는 말도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ㆍ고양=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