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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 이란·이스라엘 양측에 '일침'

입력 : 2012.08.31 03:41

비동맹 의장국 배려…"유엔수장으로서 할 말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중동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이란과 이스라엘 양국 모두에 '쓴소리'를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대를 무릅쓰고 테헤란을 방문한 반 총장은 30일 열린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서 이란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강하게 비난했다.

반 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다른 나라를 파괴하겠다는 위협이나 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시도를 강력히 거부한다"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과 같은 다른 유엔 회원국이 존재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거나 인종차별적인 표현으로 이스라엘을 언급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존중하기로 약속한 근본 원칙을 해치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나치의 유태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을 부정하며 이스라엘을 제거해야 할 `악성 종양'으로 묘사했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묵묵히 앉아서 반 총장의 연설을 들어야만 했다.

아울러 반 총장은 이날 연설은 물론 전날에도 만난 이란 최고 지도자들에게 핵 개발이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 달라고 호소했다.

마틴 네시르키 유엔 대변인은 "반 총장이 이란 대통령에게 이란의 핵 개발 움직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구체적(concrete) 단계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반 총장은 또 이란 내 인권 상황에도 우려를 표명하며 인권 개선을 위해 이란이 국제기구와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반 총장이 "이란의 인권 탄압과 폭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하자 동석한 알리 라리자니 이란 국회의장은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초청국의 지도부 인사들에게 반 총장이 직·간접적으로 이같이 쓴소리를 한 것을 두고 세계 평화를 수호하는 유엔의 수장으로서 할 말을 했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을 지나치게 반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반 총장이 이란만 몰아세운 것은 아니다.

반 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이스라엘을 지목하지는 않으면서도 이란 핵 문제와 관련, 당사자들은 호전적인 위협을 삼가라고 촉구했다.

그는 "설전은 쉽게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모든 지도자들이 목소리를 낮춰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전날 이란 지도부와 회동에서도 이란 핵 시설의 군사공격 가능성을 경고해 온 이스라엘과 미국의 호전적인 태도도 함께 비난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반 총장은 또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이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전날 테헤란 공항에 도착,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리아 사태를 비롯한 역내 현안에서 이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등 이란 지도부와 연쇄 회동에서도 "이란은 시리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네시르키 대변인은 전했다.

이는 시리아 사태 해법 논의 과정에 이란을 배제했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전체 회원국의 ⅔ 가까이 달하는 비동맹운동을 대표하는 의장국 이란의 입장도 배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이미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이란을 포함한 중동 역내 4개국의 4자회담을 제안한 만큼 이런 발언을 하는 데 부담이 적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중동 전공)는 "반 총장이 유엔의 수장으로서 각국의 이해관계를 떠나 해야 할 말은 한 것으로 본다"면서 "이집트 대통령의 제안도 있었던 만큼 시리아와 관련한 이란의 역할 주문이 부담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