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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⑤ 美ㆍ유럽도 '사회적 책임' 논의

입력 : 2012.08.30 08:38

美 '부자 증세'…유럽 '은행 임원 보수 규제'
세계 금융위기후 '자본주의 고장' 주장 확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경제민주화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단이 됐다.

미국 월가와 런던 시티(City)로 대변되는 금융권의 탐욕이 드러나면서 현행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새로운 질서에 관한 논의의 키워드는 `공정'과 `사회적 책임'이다.

◇미국 = 오는 11월 대선ㆍ총선을 앞둔 미국에서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부자 증세' 논란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초 국정연설을 통해 `경제 공정(economic fairness)'이라는 화두를 내세운 데 이어 고소득자 소득세를 높이는 이른바 `버핏세'를 포함한 세제 개혁안을 내놓으며 강력한 서민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연말 대선에서 유권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을 겨냥, `경제 민주화'라는 전략적 이슈를 선택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대해 공화당 대선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진영은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패로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기업과 고소득층에도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경기가 전반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는 `낙수(트리클다운ㆍtrickle-down) 효과'를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단행한 감세 조치에 대해 집권 민주당이 상위 소득계층을 제외한 서민들에 대해서만 연장하자는 주장을 내놓자 야당인 공화당은 그렇게 할 경우 사실상 부자들의 세금부담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며 전 계층에 연장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분배와 성장'이라는 이런 해묵은 논쟁은 지난해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돼 미 전역으로 확산한 `점령(Occupy) 시위'와 맞물려 정치권에서 치열한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선거를 앞두고 전 국민이 영향권에 드는 세금 문제로 번지면서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 운영자였던 롬니 후보를 겨냥해 오바마 진영에서 납세 실적을 공개하라는 공세를 퍼부으면서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닫는 모습이다.

이처럼 민주ㆍ공화 양당이 대선 정국에서 `공정' 이슈에 대해 각자 다른 주장을 내세우며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으나 논쟁의 원인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최근 미국에서 상위계층 0.1%가 벌어들이는 개인소득이 전체 국민소득의 1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빈부 격차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갤럽이 올 상반기 전국 성인 17만7천662명을 대상으로 실시, 지난 22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8.2%가 최근 1년간 돈이 없어 식료품을 사지 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와 시장경제라는 이념적 토대 위에서 건국한 미국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 = 영국 정부는 지난 7월 상장기업 임원의 거액 퇴직보너스와 보수를 규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회사 측이 임원에 대한 모든 퇴직 보너스와 보수 지급을 주주 과반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임원 급여 지급은 3년마다 주주의 승인을 받도록 하되 임원 변경이 있으면 매년 받도록 했다.

회사가 퇴직하는 임원에게 보너스를 주거나 재직 임원에 보수를 주는 행위를 은행에 투자한 주주들이 감시하도록 한 것이다.

금융위기로 위험에 처한 은행들에 국민 `혈세'인 거액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는데도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분노가 발단이었다.

영국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4년째 적자행진을 계속하는 가운데 보너스 지급을 위해 4억파운드(약 7천70억원)를 따로 확보해놨다는 언론 보도가 이런 비난을 촉발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본부를 둔 RBS는 지난 2008년 10월부터 영국 정부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지원받아 왔다.

이에 따라 정부가 RBS 전체 지분의 약 82%를 소유한 상태다.

물론 이런 규제안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않았다.

영국의 금융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빈스 케이블 영국 산업ㆍ혁신 장관은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퇴직 보너스는 "실패에 대한 보상"으로 영국 재계의 과도한 관례 중 혐오스러운 부분이라고 규정했다.

빈스 장관은 불명예를 안고 기업을 떠나는 임원들에게 수백만 파운드에 달하는 `황금 퇴직 보너스'를 주는 것은 "과거의 일이 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빈스 장관은 퇴직 보너스와 임원 급여 지급 계획에 대한 주주들의 동의 비율을 애초 75%로 설정하려 했다가 이를 낮춤으로써 개혁 의지가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컨설턴트업체인 매니페스트와 MM&K가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FTSE 100지수 편입 기업들의 임원 보수가 지난해 12% 올랐다.

반면 영국 종업원 평균 임금인상률은 1%였다.

FTSE 100 지수 편입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은 지난해 평균 480만 파운드(약 86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정부는 내년 10월 이 규제안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재정위기로 금융권에 대규모 국가 지원을 투입한 유럽연합(EU)에서도 이와 비슷한 은행 보수 규제안이 논의되고 있다.

영국보다 `사회적 책임' 요구의 목소리가 큰 EU에서는 더욱더 적극적인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부실해져 국가 전체 경제에 미칠 위험 때문에 불가피하게 구제금융을 투입할 때 그 자금을 지금까지 해온 납세자의 `혈세'가 아니라 금융권에서 미리 확보해놓는다는 차원의 `금융거래세'가 도입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