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 민간단체의 접촉 제의에 대해 '묵묵부답'이던 북한이 최근 개성 접촉에서 "민간 교류와 협력을 재개하자"며 아주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런 태도 변화는 비록 민간단체가 수해 지원을 제안한 데 대한 반응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남북한 교류와 접촉 시도에 대한 북측의 태도와는 크게 달라진 것이어서 북측의 대남정책에 모종의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개성을 방문해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관계자들과 수해지원 문제를 협의한 강영식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운영위원장은 27일 "북한 민화협 관계자가 '현재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번 접촉을 계기로 민간의 교류를 재개, 꾸준히 협력해 나가자'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재 긴급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은 밀가루와 의약품 정도라고 설명했더니 북한 민화협 관계자가 '감사하다'고 했다"면서 북측의 태도가 유난히 유화적이고 적극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강 운영위원장은 지금까지 "북한 민화협은 우리 측의 접촉 제의에 대해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다'는 식의 대답을 반복하거나 아예 답을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북한 인사들과 수없이 만났다는 다른 단체 관계자도 "북측이 이번처럼 적극적으로 나온 적이 없었다"며 "협의에 임하는 북측 인사들의 태도가 상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북한은 그동안 예민하게 반응해왔던 지원 물품 배분의 '모니터링' 문제도 지난해 수준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히는 등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3월 초 북한이 남측 민간단체와 사실상 마지막 접촉에서 '순수한' 인도적 지원을 강조하며 '꼬리표(모니터링을 의미)'가 붙은 인도적 지원은 받지 않겠다고 밝혔던 것과 비교하면 태도가 크게 변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연평도 포격으로 중단됐던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를 작년 7월 허용하면서 지원 물품이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장 방문을 통한 분배상황 확인과 증거자료 제출 등 모니터링 조건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북한 대남기구의 이런 태도 변화는 그만큼 올해 북한의 수해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반영할 것일 수 있지만, '상부'의 지시 없이는 이들의 태도 변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북한에서 점차 제 기능을 회복하고 있는 노동당의 대남라인이 성과를 얻으려고 우리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북한이 민간단체의 수해지원을 수용한 것은 정부와 민간을 구분해서 접근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한이 민간단체와의 교류협력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우리 정부가 대북 수해 지원을 제안하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