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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 치렀는데…" 아파트 입주민 발동동, 왜?

정경윤 기자

입력 : 2012.08.26 21:44|수정 : 2012.08.26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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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던 주민들이 자기 집에 이삿짐도 들이지 못하고 빈 회관에서 난민처럼 생활하고 있습니다. 벌써 한 달째 집주인들의 입주를 막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정경윤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의 새 아파트 단지 앞, 이삿짐 차량이 들어서자 단체복을 입은 사람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차량 진입을 막아섭니다.

[바퀴로 나를 쳐. 바퀴로 날 치고가.]

주민들이 이삿짐을 내리자 몸싸움이 벌어집니다.

아주머니 한 명은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20여 분 뒤 경찰까지 나섰습니다.

[경찰이 이렇게 막아도 되는 거예요?]

주민들을 막아선 사람들은 아파트 건설사의 협력업체 37곳의 직원들.

이달 초 건설사가 부도나 공사 비용 330억 원을 받지 못하게 되자 주민 입주를 막고 나선 겁니다.

제가 서 있는 곳은 이달 초부터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 단지 입구입니다.

히지만 보시다시피 컨테이너 박스들이 입구마다 가로막고 서 있어서 차량 통행은 물론 입주 예정자들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주 통보를 받고 이전 거주지를 정리하고 온 주민들은 빈 회관이나 여관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김모 씨/입주 예정자 : 아들을 군대 보냈는데 휴가 나오면 집 밥 먹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 걸 못해줘서 마음이 많이 아프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거든요.]

잔금을 다 치른 입주민 가운데 6세대는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텅 빈 집에 몸만 간신히 들어와 지내고 있습니다.

[박수남/입주자 : 엄마 나 사우나가 싫어. 사우나에서 도전히 못 견디겠어. 그래서 모텔로 갔는데 너무 불이 음침해서 당장 얘가 급한 거에요. 우리 딸이. 지금 저 샌들 딱 하나 있는데 저걸 신고 어떻게 학교에 가느냐고요.]

돈을 받기 전까지 유치권을 행사한다며 버티고 있는 업체.

[손태훈/협력업체 협의회 대표 : 생사의 기로가 아니겠습니까? 협력업체들, 근로자들, 약 5천 명의 목숨이 달려있죠. 그게 해결이 안 된다면…]

부도가 나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는 건설사와 은행.

[대주단 은행 관계자 : 저희가 거기 사업자도 아니고 대출해놓고 전세 회수가 안 돼서 저희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

양측 다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막무가내식 줄다리기에 주민들의 기막힌 난민생활은 오늘(26일)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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