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단행된 전기요금 인상에 이어 연내 추가 인상설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산업계가 곤혹스러워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 등 에너지 수요가 비교적 큰 업종에 속한 기업들은 최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추가 전기요금 인상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전기요금 인상으로 산업용 고압 요금 원가회수율이 100%를 넘어섰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한국전력에 원가회수율 공개를 요구하는 동시에 추가 요금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 요금 인상 직후 추가 인상설 확산 = 한국전력이 6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6.0% 인상하자 산업계는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극심한 경기 위축 탓에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전기 요금을 올려받기로 한 것은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산업계는 자체적으로 계산한 결과 휴일 중부하제가 적용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요금 인상률이 7.5%에 달한다며 한전과 지경부가 밝힌 요금 인상률을 반박하기도 했다.
한 업체의 관계자는 "최근 1년간 3차례나 전기 요금이 올라 산업용 요금 인상률은 무려 20%가 넘었고, 일반용도 두 자릿수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홍 지경부 장관이 에너지 절약 관련 행사에서 추가 요금 인상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파장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홍 장관은 지난 13일 삼성전기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산업계 절전경영 보고대회에서 "기업들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5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준비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요금 추가 인상을 시사한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 비해 싼값에 산업용 전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해명에도 한전이 전기 요금 인상 이후에도 줄곧 추가 인상 요인이 남아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2012년 총괄원가 기준으로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16.8%이었지만 국내외 경제여건에 따른 산업경쟁력과 국민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6일 부로 전기요금을 평균 4.9% 인상했기 때문에 아직도 평균 10% 이상의 인상요인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 한전 원가회수율 공개 요구 확산 = 산업계는 이번 전기 요금 인상으로 산업용 고압 요금의 원가회수율이 100%를 넘어섰다며 한전측에 이와 관련한 데이터를 전격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원가회수율은 판매가 대비 제품 생산원가의 비율로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한전은 그동안 원가회수율이 100%를 넘은 적은 없다고 밝혀왔다.
한전이 올해 3월 공개한 용도별 원가회수율 자료를 보면 산업용 원가 회수율은 92.4%로 돼있다.
산업계는 여기에다 최근 요금 인상으로 인해 산업용 원가회수율이 99.3%로 높아졌고 고압용만 따지면 100%를 넘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한전의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은 생산원가에 법인세와 투자보수비용 등을 포함한 원가개념을 쓰고 있어 원가가 과대 계상됐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7월 3일 에너지시민연대와 국회기후변화포럼, 전국경제인연합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전기요금 관련 토론회에서 임상혁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한전의 원가회수율에는 법인세와 적정투자보수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100%가 넘지 않아도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임 본부장은 "실제로 2010년 한전의 원가회수율이 90.2%에 머물렀지만 영업이익은 2조2천599억원에 달했다"며 "지금과 같은 원가 산정 기준이라면 전기 요금 원가 회수율은 10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측은 산업계의 원가회수율 공개 요구에 대해 "원가회수율은 100%를 넘지 않으며 원가와 관련된 사안은 영업 비밀에 속하는 만큼 이를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유연탄 가격 하락, 요금에 반영 안돼" = 산업계는 이와 함께 주요 발전연료인 유연탄 가격 하락을 들이대며 한전의 요금 인상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국제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1월 t당 114달러를 기록한 이후 올 8월 t당 96달러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호주산(뉴캐슬) 유연탄의 경우 지난해 1월 t당 132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계속 하락해 현재 9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본격화로 국제 원자재 시장에 미국산 유연탄 공급물량이 늘어났고,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석탄 수요가 줄어 재고량이 늘며 빚어진 현상이다.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유연탄 가격 하락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전기요금과 관련한 최근의 동향은 이와 상반된다"고 말했다.
이에 한전측은 "국제 유연탄 시장가격이 하락세이지만 발전회사의 유연탄 도입 물량의 80%가량이 장기계약물량이기 때문에 가격 하락효과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된다"고 밝혔다.
한전은 또 "연료비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는 유연탄 가격보다는 유가와 환율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유가와 환율은 하락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