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뮤직비디오 사전 등급 심의가 시행된 첫 주 가요계는 부산한 모습이다.
지난 18일 뮤직비디오 심의가 시행되기 며칠 전 영등위가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 분류 등에 대한 수정 안내서'를 내고 3개월(11월 17일까지) 간의 시범 기간을 운영한다고 발표했지만 시행 사실만 알 뿐 세부 지침을 모르는 기획사들은 여전히 부지기수였다.
가요 관계자들은 "다수의 기획사에서 이달 발표할 음반들을 다음 달로 연기했다"며 "매니저들 간에도 정보를 공유하지만 제도 내용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카라 신곡 티저 15세…"세부 규정 잘 몰라" = 첫 심의 결과로 지난 21일 영등위 홈페이지 등급자료조회란에는 그룹 제국의아이들의 신곡 '피닉스' 뮤직비디오와 걸그룹 타이니지의 데뷔곡 '타이니지'의 뮤직비디오가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으로 게시됐다.
또 걸그룹 카라는 영등위의 등급 분류를 받지 않고 케이블채널 엠넷의 심의를 거쳐 신곡 '판도라'의 20초짜리 티저 영상에 대해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방송사 심의를 통과한 뮤직비디오는 방송법에 따라 시청등급, 방송심의일자, 방송사명만 표기하면 영등위에서 별도의 등급 분류를 받지 않아도 되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제국의아이들 소속사인 스타제국 관계자는 23일 "방송사 심의를 받으면 영등위의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줄 몰라 급하게 준비해 영등위 심의를 받은 것"이라며 "솔직히 심의 결과가 나왔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이돌 그룹 기획사 관계자도 "무조건 영등위 심의가 우선인 줄 알았다"면서 "만약 방송사들이 각기 다른 등급을 매길 경우 제작자 임의대로 유리한 등급을 표시하면 되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음원.뮤비 유출 우려"…남경필 의원 개정안 발의= 가요계는 등급 분류를 받지 않을 경우 관련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게 되며, 등급 표시를 위반하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해 일단은 제도에 따르는 모습이다.
그러나 불만은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등의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제도인 데다가 유튜브 등 해외 온라인서비스사업자와 국외 제작(유통) 업자를 규제하지 못해 일관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또 7인으로 구성될 소위원회 심의 위원들의 기준이 모호할 수 있으며 음반 출시일 2주 전 심의를 넣어야 해 음원 유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영등위에 따르면 법정 심의 기간은 14일이고 실제 등급 분류 기간은 5-7일 걸린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그간 음반 출시일 수일 전 방송사 심의를 위해 전달된 음원이 라디오 등을 통해 유출된 사례가 잇따랐다"며 "영등위 심의는 음반 출시일 2주 전 넣어야 해 음원이 삽입된 뮤직비디오가 유출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만이 제기됨에 따라 지난 19일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은 뮤직비디오 사전심의 의무 규정을 삭제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남경필 의원은 개정안에서 "사전 심의를 했다면 뮤직비디오 1탄의 흥행에 이어 2탄을 발 빠르게 선보인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과연 성공했을까"라며 "법률을 개정해 미국, 일본 등 음악 선진국이 실시하는 제작사 및 배급사의 자율 심의와 사후 심의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