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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새누리, 닥치고 '제명'!… 그러면 끝?

남승모 기자

입력 : 2012.08.10 16:48


새누리당 윤리위원회가 공천 헌금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에 대해 제명을 의결했다. 국회의원인 현영희 의원의 경우 새누리당 당규에 따라 소속 의원 2/3인 100명 이상의 찬성으로, 당원인 현기환 전 의원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면 제명이 확정된다. 새누리당은 오는 13일 제명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최고위원회는 이미 지난 6일 두 사람에 대해 제명과 같은 조치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또 단호하게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힌 바 있어 검찰에서 현영희 의원의 비서 출신인 정모 씨의 제보 내용을 뒤집을 만한 사실 관계가 나오지 않는 한 현 전 의원 제명은 확실해 보인다.

당 윤리위원회는 같은 날인 6일 전원 합의로 이들 2명을 제명하면서 "당 발전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하고 당의 위신을 훼손한 것"이 징계 사유라고 밝혔다. 말로는 당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당 밖에서 결백을 입증한 뒤 돌아오라고 하지만 당 윤리위가 밝힌 징계 사유를 보면 이미 이들에 대한 유죄 판단이 끝난 것처럼 보인다.

◈  고육책? 꼬리 자르기?이미지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제보자 정 씨의 진술 내용의 진위가 하나씩 가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바를 종합하면 검찰이 상당 부분의 혐의를 확인한 걸로 보인다. 그런 만큼 의혹 당사자인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의 사법 처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현영희 의원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차명 후원금 지급 의혹 등 전방위 금품 로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새누리당은 조급하다 못해 위태해 보이기까지 한다. 행여 표 떨어질까 좌불안석이다.

대중 정당의 특성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비리 의혹이 터질 때마다 새누리당이 취하는 대처 방식은 공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은 일단 문제가 터지면 당사자들에게 탈당을 권유한다. 일단 당에서 나가 결백을 입증한 뒤 돌아오라는 취지다. 당으로까지 불똥이 튀지 않게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 비리 의혹이나 악재가 비단 당사자의 문제로만 끝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어느 조직이든 관리책임이라는 게 있다.

◈ 돈 봉투, '재임기간 책임론'

서울시장 선거가 치러진 지난해 10.26 재보궐 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 디도스 공격으로 선관위 홈페이지가 2시간 넘게 접속 장애를 겪었고 곳곳에서 항의가 빗발쳤다. 검찰 수사 결과 놀랍게도 범인은 새누리당의 전신이자 집권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의원 비서로 밝혀졌다.

무관함과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해당 비서를 데리고 있던 의원은 반 강제로 당을 떠나야 했다.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의원도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 대표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이은 돌발적인 서울시장 선거 보선, 한미 FTA 처리 후 디도스 사건 등 당을 혼돈 몰고가는 악재 연달아 터졌다. 모두가 제 부덕의 소치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사퇴 이유를 '부덕의 소치'라고 말해 자신의 사퇴가 '자신의 잘못' 때문은 아님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대표니까 어쩔 수 없이 '관리 책임'을 진 거지, 앞서 일어 났던 악재들과는 무관하다는 억울함의 표시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터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때 처리는 조금 달랐다. 박 위원장은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지자 "국민 사이에서 의혹이 확산하기 전에 신속하게 진실을 밝혀 의혹을 털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당 명의로 검찰에 수사도 의뢰했다.

하지만 관리 책임은 거론되지 않았다. 물론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사건 발생 시점이 박 비대위원장 취임 한참 전인데다 박 비대위원장이 위원장직을 맡은 것도 총선을 앞두고 소속 의원과 당원들이 요청해 수락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디도스 사태와 돈 봉투 사건에서 보인 홍준표 대표와 박근혜 위원장이 진 '관리 책임'의 차이를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누구 재임 기간에 발생한 일이냐, 즉 '재임기간 책임론'으로 정리할 수 있다.

◈ 공천 헌금, '현역 책임론'이미지
하지만 공천 헌금 파문이 터지자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비박근혜계 후보와 야당이 주장하는 이른바 '박근혜 책임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개인 비리나 이를 비호한 경우 당연히 개인이 책임을 져야겠지만 행정 책임인 관리 책임은 원래 그 자리를 떠나면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란 주장이었다. 장관이 잘못했더라도 퇴임하면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돈 봉투 사건 때 적용된 '재임 기간 책임론'이 삽시간에 '현역 책임론'으로 바뀐 것이다. 황 대표는 그나마도 현영희-현기환 두 사람 사이의 금품수수 사실이 확인되고, 그것이 당이 책임져야 할 일인지, 책임의 정도가 어떤지 따진 뒤 대표가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 '재임기간 책임론' → '현역 책임론'… 설명은 '중간 생략'

당 안팎에서 상당수 사람들이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시절에 난 사건을 왜 황우여 대표가 책임지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생뚱맞다는 의견이었다. '재임기간 책임론'이나 '현역 책임론' 모두 나름대로의 논리는 있다. 문제는 '재임기간 책임론' → '현역 책임론' 과정에서 당 지도부도 누구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는 공천 헌금 파문이 보도된 지 거의 이틀이 다 돼서야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나설 수 없었다는 게 친박계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공천 헌금 파문은 다른 의혹 제기와 달리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까지 한 사안이었다. 의혹 연루 당사자들은 보도 다음날 바로 탈당 권유를 받는 마당에 당시 당의 공천을 책임졌던 박근혜 후보만 사실 관계 확인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유감 조차 표명하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솔직히 사실 관계가 확인이 안 된 걸로 따지자면 박근혜 후보나 의혹 연루 당사자들이나 모두 마찬가지였다.

물론 공천 당시 위원장직을 맡고 있었다고 해서 박근혜 후보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본인이 연루된 것도 아닌데 무제한 책임을 묻는다면 자칫 억울한 희생양을 만드는 것이 될 수 있다. 특히나 국민적 지지가 높은 대선 주자라면 더욱 그렇다. 본인이 아무리 깨끗한 정치를 외치고 실천한다 해도 구성원 하나 하나의 행동까지 살피고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박근혜 후보의 뒤늦은 유감 표명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돈 봉투 사건 등 비리 의혹이 터질 때면 언제나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던 모습과는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당과 친박계도 마찬가지다. 대선을 앞두고 당내 유력 후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전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자 했다면, 즉 누군가 대신 총대를 메게 하고자 했다면 보다 솔직하고 적절한 해명이 뒤따라야 했다. 더구나 현역이 책임지는 게 맞다고 말하면서도 당과의 연관성 운운하며 한발 빼는 듯한 모습은 자칫 보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