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취재파일] 강남 산부인과 의사 시신유기 사건…기자들의 질문은?

박세용 기자

입력 : 2012.08.06 16:07|수정 : 2012.08.06 16:07

- '둘의 성관계' 질문에만 집착하는 노란 언론


“성관계는 병원에서 한 것인지?”

다시 말해, 45살 산부인과 의사와 숨진 30살 여성이 여러 차례 성관계를 맺어왔는데, 그걸 병원에서 한 건지, 다른 장소에서 한 건지? 를 묻는 질문입니다. 카톡방에 들어와 있는 40명 가까운 출입기자 가운데 한 명이, 경찰한테 줄 공통 질문을 취합하는 가운데 띄운 문장인데, 대체 무슨 기사를 쓰려고 하는 것인지, 어떤 기사를 쓰고 싶어 하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질문만 보면, 마치 병원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에 대한 취재 같지만, 이건 의사의 ‘시신 유기’ 사건입니다.

이번 사건은, 의사 진술에 의혹을 제기하는 척 하면서, 실상 ‘옐로 저널리즘’식으로 다루기에 딱 좋고, 그만큼 유혹적입니다. 끔찍한 시신 유기를 저지른 사람은 강남 의사, 30살 여성은 알고 보니 ‘텐프로’ 유흥업소 종사자 출신, 가끔 성관계를 맺어왔다는 둘의 사이, 시신 유기에 따라 나섰던 의사의 아내, 의료사고라고 100% 단정 짓기 애매한 당시 상황들...

그 애매함과 불투명함에서, 기자들은 노란빛의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지면과 모니터를 샛노랗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보통, 사건의 내막이 불투명하면 기자들은 취재가 안 된다고 답답해하기 마련인데, 이번엔 왠지 답답해하기는 커녕, 저마다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불투명한 부분을 메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절제되지 않는 상상력이, 옐로우 저널리즘식 질문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내가 남편의 내연 관계를 알고 있었나요? 의사가 여자한테 미다졸람(수면 유도제) 주사를 놓고 병실에서 2시간 동안 뭐했나요? 성관계는 병원에서 했나요? 여성의 전직을 유흥업소 직원이라고 써도, 유가족이 경찰에 항의 안 하나요? 성관계를 주기적으로 했으면, 대가나 채무 관계가 있었나요? 여성이 최근 임신한 기록이 있나요? 간호사들은 둘의 관계를 어떻게 알고 있었나요? 이게 실제로 기자들이 던진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에 경찰은 “알아서들 생각하세요”나 “알면서...”라고 답합니다. 섬세한 질문에 돌아오는 건 선답뿐. 거기에 섹시한 초를 쳐서 나오는 게, 최근 신문과 인터넷을 장식하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 시신 유기 사건’의 기사들입니다.
이미지어떤 기자들은‘시신 유기’라는 범행 대신, 둘의 성관계에 대해 이렇게 열심히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러니까 어떤 언론은 실제로 “숨진 이 씨가 2년 전 ‘이쁜이 수술’을 받은 뒤 병원 간호사들과 저녁을 같이 먹을 정도로 알고 지냈다”는 노란빛의 기사를 자신 있게 지면에 인쇄하고, “의사가  수면 유도제를 최음제로 쓴 진술을 확보했다”는 진한 노란빛의 기사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기사에는 야설 작가를 방불케 하는 상상력이 첨가돼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이런 자사 기사(?)의 클릭 횟수를 늘리면, 영향력 있는 언론이 됐다고 주장할 수 있나 봅니다.

이 사건에서, 추가 보도해야 할 부분은 한 가지가 남았습니다. 의사가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대로 여성이 미다졸람을 맞고 잘못돼서 숨진 것인지, 아니면 의사가 치밀하게 계획한 살인인지. 의사는 미다졸람 5mg을 영양제와 함께 투여했다가 숨졌다고 진술했지만, 5mg으로는 숨지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고, 또 숨진 여성에게 투여한 것이 미다졸람이 맞는지도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부검 결과가 나와 보면 아는데, 8월 중순쯤에야 가능합니다. SBS도 막내 기자가 장례식장은 물론이고 숨진 여성의 친구들, 변호사 등을 만나면서 치열하게 취재했지만, 사건 당일 말고는 이 사안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은 이번 사건이 정리되면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일부 언론사에 대해 문제제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