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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장 KTX 금정터널 소방안전 '허술'

입력 : 2012.08.02 08:14

부산소방본부 16개 개선·권고에 코레일 "관련 규정 없다" 외면


국내 최장터널인 KTX 금정터널(20.3km) 내의 소방안전이 매우 허술해 관련법 개정 등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정터널에서는 지난달 27일 모터 냉각장치 고장으로 560여명을 태운 KTX열차가 1시간 넘게 멈춰서는 등 지난 2년동안 5번의 운행중단 사고가 일어나 '헬 게이트'(hell gate·지옥의 문)로 불릴 정도로 사고가 잦은 곳이다.

이처럼 금정터널 안에서 최근 잦은 사고가 일어나고 있지만 터널 내의 소방안전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소방본부는 금정터널 내 소방안전 점검을 수차례 벌인 결과 방재 및 비상 대피 시설이 취약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커 코레일 측에 개선·권고사항을 5차례 통보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소방본부는 2010년 10월6일 1차 개선·권고에 이어 지난해 7월22일 5차에 이르기까지 모두 16건의 소방안전 개선대책을 요구했다.

소방본부가 개선을 요구한 16건은 ▲터널 및 대피로 수직구 내 강제배기 제연설비(배풍기) 설치 ▲주 대피로인 수직구 비상용승강기 전원차단에 대비한 별도 비상전원 설치 ▲사고시 유기적인 대응을 위한 열차운전사령실과 119종합실간 핫라인 구축 ▲터널내 소방전용 무선통신기 설치 및 철도전용무선설비와 연계한 통신망 확보 등이다.

이 밖에 ▲사고발생시 선로 정비차량 활용(선로 정비차량에 공기호흡기, 산소소생기 등 장비 비치) ▲유사시 궤도용 트롤리 활용 ▲연결송수관 건식에서 습식(물을 신속히 뿌릴 수 있도록 송수관에 물을 채운채 보관하는 방식)으로 유지 ▲장시간 진압작업 대비 터널내 공기호흡기 등 예비용기 비치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현재까지 공식 회신한 것은 궤도용 트롤리 활용과 연결송수관 중 절반가량을 습식으로 유지하겠다고 한 2건 뿐이라고 소방본부는 밝혔다.

부산시소방본부의 한 관계자는 "개선을 요구한 16건은 소방법 적용을 받는 일반도로 터널 등에서는 가장 필수적인 항목"이라며 "금정터널과 같은 궤도용 터널의 경우 소방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강제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은 철도터널 내는 소방법이 아닌 철도시설안전세부기준과 고속철도방재설비기준에 충실히 따르기 때문에 문제될 만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소방본부에서 개선을 권고한 내용 가운데 터널 내 제연설비는 강제식은 아니지만 자연배기방식으로 설치돼 있고, 승강기 비상 전원, 무선통신망도 기종이 다르지만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결송수관 습식유지, 공기호흡기 등 예비용기 비치 등은 관련법이 바뀌지 않는 한 자체 설비를 갖추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 한 관계자는 "금정터널이 소방에서 요구하는 소방안전대책을 갖추기 위해서는 궤도터널도 소방법 적용을 받도록 하는 등의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철도시설안전세부기준 등에 따라 충분한 안전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정터널 내에는 소방차 진입로 구실을 하는 사갱(경사터널) 2곳과 구조 인력이 진입하거나 승객들이 외부로 탈출할 수 있는 수직구 4곳이 분산, 설치돼 있다.

사갱 2곳 가운데 북구 화명동 방면 출입구는 길이만 1천488m 달하고 수직구는 최대 깊이가 64m에 이르지만 수직구에 승강기가 설치된 곳은 2곳뿐이다.

환기시설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춘 대피소(면적 200㎡ 이상)가 별도로 4곳에 설치돼 있지만 한꺼번에 수백명의 승객들을 수용하고, 소방인력이 머무르기에는 규모가 턱없이 작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부산시소방본부 측에서는 진입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하면 구조 인력이 현장에 접근하는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대형 참사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부산시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금정터널이 20km가 넘는 장대 터널임을 감안하면 정부가 터널 설계 당시부터 소방당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유사시에 대비한 각종 시설을 충분히 마련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부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