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이 부결된 다음날인 지난 27일, 통합진보당 신당권파는 공황 상태에 빠졌습니다. 강기갑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가 잇따라 대국민 사과했습니다. 한편으로 신당권파 의원들은 연이어 기자회견을 자처해 무효표를 던진 김제남 의원을 집중 비판했습니다.
◆ 강동원 "의원 간 합의 파기…김제남에 배신감"
가장 먼저 기자회견장을 찾은 것은 강동원 의원이었습니다. 강 의원은 유시민 대표가 이끌었던 국민참여당 출신입니다. 강 의원은 "어제 제명안이 부결된 뒤 한숨을 자지 못했다"며 "요즘 말로 멘붕에 빠져있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김제남 의원을 겨냥해 "의원들간 합의가 깨져 신뢰가 망가지고, 용서할 수 없는, 비통할 수밖에 없는 배신감을 느낀다"며 이례적으로 그동안 진행된 의원총회 상황을 공개했습니다.
강 의원이 밝힌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먼저, 지난 23일 의원총회에서 김제남 의원은 "만약 오늘(23일) 제명안을 처리하면 두 의원을 동시에 제명시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회와 속개를 거듭한 끝에 김제남 의원은 다시 "(구당권파의 요구대로) 25일 중앙위원회 이후에 의원총회를 열면 두 의원을 동시에 제명 의결하는데 동의한다"고 제안했고, 이 내용을 노회찬 의원이 확인했습니다. "26일 의원총회에서 제명안을 처리하면 두 명 동시에 제명 의결한다는 얘기냐"고 물었고 김 의원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심상정 원내대표가 재차 확인해 26일 의원총회를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26일 회의에서도 김제남 의원은 "더 이상 국민적 요구, 당원에 대한 도리 등을 고려해서 제명안을 미룰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강동원 의원은 "마치 제명에 찬성하는 의원들을 안심이라도 시키는 듯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저녁 6시에 토론을 종결하고 투표를 시작했고, 그 결과 찬성-반대 어디에도 기표하지 않은 무효표가 한 표 있었습니다. 김제남 의원의 표였습니다. 순간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은 부결됐습니다.

강동원 의원은 "(제명안 처리는)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는 의원간 정치적 합의였다"며 "합의 사항을 사전 아무런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파기해 제명안을 부결시킨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당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김제남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합의에 참여했던 동료 6명의 의원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적 예의가 아니다"라고도 했습니다.
중간에 마음이 바뀌었든, 아니면 처음부터 제명안에 찬성할 뜻이 없었든 표결 전에 얘기했더라면 표결을 미뤄서라도 최소한 부결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는 '뒤늦은 질책'이었습니다.
◆ 김제남 "제명 합의한 적 없다…중단 없는 혁신을 위해"
오후에는 당사자인 김제남 의원이 직접 기자회견장에 섰습니다. 김 의원은 기권표(무효표)를 던지기로 결정한 것은 25일 중앙위원회 회의를 보고난 뒤라고 밝혔습니다. 구당권파와 신당권파가 대립하느라 6시간 이상 안건조차 상정을 못하고 그대로 회의가 끝나는 것을 보고 '두 세력 간에 화합이 되지 않으면 중단없는 혁신이라는 최종 목표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이라는 문을 열지도 못하는 나락에 빠질 게 우려됐다'는 것입니다.
김 의원은 이어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제명한다면 두 세력 간 화합이 어려운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단 없는 혁신은 당원이 선택한 강기갑 대표 중심으로, 신당권파는 물론 구당권파도 모두 참여할 때만 가능하다"며 "통합진보당 절반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신당권파 혼자 힘으로는 혁신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석기 의원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이 아니라 강기갑 대표에게 봉사할 수 있도록 노역형을 명한 것"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했습니다. 의원들간 합의를 파기한 것 아니냐는 게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김 의원의 설명은 강동원 의원의 설명과 달랐습니다. 23일 의원총회에서 25일 중앙위원회 이후 이석기·김재연 두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일괄 처리하기로 했지, 제명안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 신당권파 "얼토당토 않은 궤변"
신당권파 박원석 의원이 다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박 의원은 먼저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에 합의한 적이 없다'는 김제남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노회찬 의원과 심상정 원내대표가 제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일괄 제명 처리해야 한다고 했고, 여기에 김제남 의원이 명시적으로 동의를 했다는 취지입니다. 강동원 의원의 설명과 같았습니다. 나아가 '합의를 한 적 없다'는 김 의원의 주장은 "정치인으로서 정직하지 못한 태도"라며 "나머지 6명의 의원들을 기만한 행위"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특히 "중단 없는 혁신을 위해 무효표를 던졌다"는 김 의원의 설명에 대해선 "강기갑 체제의 혁신을 좌초시킨, 좌초의 위기에 몰아넣은 책임이 있는 사람이 중단 없는 혁신을 말하는 것은 심각한 자가당착"이라면서 "얼토당토 않은 궤변"이라고 몰아붙였습니다.
신당권파 측 이지안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혁신을 중단시켜놓고 '중단 없는 혁신'을 말하다니 한국 정치사 최고의 궤변"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심상정 원내대표 역시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뜻밖의 결과가 나온데 대해 유감"이라고 밝혀 의원들간 합의가 있었음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신당권파 역시 김제남 의원의 최종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책임에선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