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이 새로운 도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바로 런던올림픽이다. 핸드볼 국가대표팀의 출정식이 치러지던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그 도전을 함께 할 임오경 SBS 핸드볼 해설위원을 만났다.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익숙한 '우생순'의 그녀다. 그녀는 어느덧 이제 마이크 뒤에서 후배들의 땀과 눈물을 국민들의 안방으로 전달하는 해설자로 변신해 있다.
올림픽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무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이 그간 써 온 '도전과 응전의 역사'는 '숭고하다'는 말로도 다 설명하기 부족한 느낌이다. 임오경 위원이 현역으로 활약하던 시절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만든 은메달은 '금메달보다 값진'이라는 수식어가 그 어떤 말보다 잘 어울리는 귀중한 성과였다. 제대로 된 프로 리그도 없는 현실 속에서 그녀들이 이뤄낸 결과는 기적 그 이상의 것이었다. 그리고 8년이 흘렀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용경기장에서 따로 출정식을 가질 정도로 협회 차원의 지원과 관심은 늘어났지만 한국 핸드볼이 감내하고 또 마주하고 있는 일상과 여건은 지금도 '최악'에 가까운 편. '해체'라는 단어는 늘 핸드볼 코트 곁을 서성인다.
임오경 위원은 "올림픽 무대서 기적을 만드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되어버린 지금의 상황이 꼭 우리들 잘못인 것 같아서 후배들에게 미안했던 때가 있었다"며 선수출신 해설자라면 쉽게 하기 힘든 이야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번 런던 올림픽을 통해 또 다른 '우생순'이 만들어 져야 할 때라 말하며 매서운 눈빛으로 후배들을 바라봤다. '레전드'는 이제 새로운 다른 전설을 기다리고 있다.
Q>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핸드볼 메달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두운 편입니다. 실제로 현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시고, 느끼고 계신 전망도 역시 그런 편인가요?
→ 사실 객관적으로 놓고봐도 이번 런던 올림픽은 지금까지 중 역대 최악의 조편성이거든요. 그런데 조편성만 봤을 때에는 '가능성이 적다' 이렇게들 말씀하실 수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오히려 조편성이 안 좋다보니까 더 노력할 수 있는 계기기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여자 핸드볼 하면 그 동안 올림픽에서 항상 역전의 드라마,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 내곤 했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저희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 기대 이상을 해 냈거든요. 다들 '당연히 핸드볼은 이번에도 메달 하나 따겠지' 하시지만 그건 절대 당연한 건 아니죠. 그런데 이번 대회서는 어려운 조편성으로 인해 더더욱 다들 기대를 안 하고 계시기 때문에 또 한 번 뭔가 큰 일을 해내주지 않을까, 조금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그러고 보면 올림픽 무대서 '핸드볼=메달'이라는 등식이 고정관념처럼 성립되어 있는데, 그런 국민들의 엄청난 혹은 당연한 기대가 부담스러운 그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 그렇게 많은 메들을 땄지만 핸드볼은 여전히 비인기 종목이죠. 저희들 세대 역시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배고픔 속에서 사람들에게 관심 받고, 스포트라이트르 받고 싶어서 노력했었요. 사실 가끔은 그런 상황을 만들어 놓은 저희들이 잘못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어찌됐든 결과라는 것은 주어진 여건을 기반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인데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반드시 메달을 따야만 한다는 요구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핸드볼의 풍토를 저희가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많이 미안한 적도 있었어요.
Q> 그렇다면 이제는 조금씩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메달이 아니라 순순한 올림픽 정신, 그저 대회에 나가 그 도전 자체를 인정받고 또 최선을 다 하는 것도 정말 의미가 큰 일이니까요.
→ 물론 그렇죠. 그런데, 이제는 '핸드볼은 반드시 메달을 따야 한다'는 시선이 주는 부담감 조차도 또 극복을 할 타이밍인 것 같아요. 후배들이 런던으로 향하기 전에 가진 출정식에서 '죽을만큼 노력했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지옥을 경험할 정도로 힘든 훈련을 하고, 고생을 했다면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꼭 메달을 따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그런 결과로 보상을 받는 건 결국 누군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에요. 후배들이 죽도록 노력한 사실을 저 역시 잘 알기 때문에 그 힘든 시간들을 견뎌낸 그들이 어떤 형태로든 좋은 겨로가를 얻었으면 하는 것은 아마 순수한 바람일 거에요.
Q> 사실 한때 한국 핸드볼은 국제무대서 넘볼 수 없는 아성을 자랑했었는데요. 지금은 경쟁이 훨씬 혹독해 진 상황입니다. 런던 올림픽의 경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성적을 예상하시는지요.
→ 지금 현재 나와있는 데이터,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수준 차이를 생각한다면 결코 쉽지는 않아요. 전 세계 핸드볼 강국들의 실력이 상당히 많이 발전했고, 또 상향평준화 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한국이 객관적인 전력만을 놓고 보면 정말로 어려운 싸움이죠.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서도 사실 '어떤색 메달을 따겠습니다'가 아니라 '정말 최선을 다 하면 메달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맞겠죠. 여자대표팀 첫 경기가 스페인전인데요, 스페인전만 잡으면 저는 반드시 8강에 간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조 2위 안에만 들면 반드시 4강에 갈 수 있다고 보고요.
Q> 토너먼트 대회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반전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겠네요?
→ 확실히 올림픽은 국내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어떤 팀만 잡으면 결승에 갈 것이다고 확신하기가 힘들어요. 작년 세계대회에서도 강팀들 중 일부는 전력을 다 공개한 것이 아니었고요. 지금 우승후보로는 러시아와 노르웨이가 올라 와 있는 상태에요. 그런데 이것도 단순히 랭킹으로 전망하는 것이지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어느 팀이 우승할 것이다'는 쉽게 확신할 순 없을 겁니다. 그만큼 많은 나라들의 실력이 올라왔고, 또 평준화 되어있거든요.
Q>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면, 어떤 선수를 꼽을 수 있을까요?
→ 많은 분들이 김온아 선수에게 큰 기대를 걸고 계신데요, 저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는 류은희 선수에게도 개인적으로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에는 최종 엔트리 선발에서 아쉽게 탈락했었던 선수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왼손잡이 선수라, 아주 희귀자원이고요. 신장이 182cm이고, 운동센스토 탁월한 선수라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Q> 그렇게 보면 런던 올림픽은 여자 핸드볼로서는 '세대교체'를 위한 성장통을 경험하는 대회이기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맞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김오나 선수도 그렇고, 류은희 선수도 그렇고 아직은 모두 어린 선수들입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이번 런던 올림픽을 '잘' 경험해 놓기를 바라고 있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선수들이 잘만 성장해 준다면 저는 다음 브라질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이 보이거든요. 이번에는 조금 어려울 지도 모르겠지만 더 큰 미래, 더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좋은 경험, 좋은 자산으로 만들어 놓아야 할 대회입니다. 이번에 좋은 성적 내 놓으면, 브라질에서는 훨씬 더 금메달이 잘 보일 겁니다.
Q> 비인기 종목이면서, 올림픽 무대에서만 이렇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고 느끼신 적은 없으신지요? 또 선수에서 일반 국민으로 그리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대변하는 해설자로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게 되셨는데요, 여러가지로 복잡한 심경을 갖게 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저도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에 힘을 냈었고요. 그리고 은퇴를 해서, 국민들과 똑같은 입장에서 핸드볼의 선전을 응원하게 되니 역시 똑같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상황이 힘들고, 많이 어렵지만 그런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반드시 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마음이요. 그런데 그건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랬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선수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아니까 그렇게 고생한 자신들을 위해서 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더라고요. 아마도 제가 선수출신 해설자이기 때문에 드는 생각일 수도 있겠죠. 저는 이제, 다른 사람이 아니라 노력한 자신들 스스로를 위해서 꼭 메달을 따기를 응원하겠다고 후배들에게 말해 주고 싶어요.
Q>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신다면요?
→ 선수 입장에서는 '반드시 메달을 따 오라'고 말하고 싶지만 국민의 한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최선을 다 하라'고 말해주고 싶네요.(웃음)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