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은 3D와 아이맥스, 특수효과로 무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국내 대기업들이 투자·배급하는 영화들이 쏟아지는 시기다.
올여름도 마찬가지로 그런 대작들이 극장가의 스크린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지만, 그 사이에서도 작은 영화들이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드는 이례적인 선전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집계하는 박스오피스 10위 안에는 '나는 공무원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 '두 개의 문' 등 제작비나 배급 규모가 작은 영화들이 올라와 있다.
특히 지난 12일 개봉한 '나는 공무원이다'는 2억 원도 안 되는 제작비로 만들어진 저예산영화다.
주연배우 윤제문의 인지도를 앞세워 마케팅 비용을 더 쓰긴 했지만, 손익분기점은 관객 20만 명 수준.
영화는 평단의 호평과 관객들의 입소문이 더해지면서 개봉 7일 만인 18일 누적관객수 20만 명을 돌파했다.
홍대 인근을 배경으로 공무원인 38세 남자의 문화적 일탈을 그린 이 영화는 홍대 인디 문화에 익숙한 20대와 3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주 내내 박스오피스 5위 안에 머물러 있다.
외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선전도 눈에 띈다.
우디 앨런 감독은 할리우드에서도 독보적인 위상을 지닌 거장이지만, 국내에서 그리 흥행하는 감독은 아니었다.
그의 많은 작품 중 국내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는 스칼렛 조핸슨 주연의 2006년작 '매치포인트'.
12만8천958명을 모은 게 최고 성적이다.
이런 사정으로 우디 앨런 감독 영화의 배급 규모는 150개 관 안팎인데, '미드나잇 인 파리'의 흥행 성적은 이전 영화들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개봉 11일 만인 지난 16일 20만 관객을 넘어섰고 매일 꾸준히 1만-2만 명의 관객을 추가해 현재 누적관객수 24만 명에 달하고 있다.
박스오피스 순위도 5위 권.
1920년대 유럽으로 시간을 이동해 세기의 예술가들을 만난다는 독특한 이야기에 낭만의 도시 파리의 배경이 더해져 여성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평일에 중년 여성 관객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영화의 홍보·마케팅을 맡은 '언니네홍보사' 관계자는 "개봉 3주차인데도 드롭율(관객수가 줄어드는 정도) 없이 매일 1만 명 이상의 관객이 들고 있다"며 "평일과 주말의 편차도 없이 이렇게 꾸준히 흥행하는 영화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용산 참사를 다룬 독립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은 독립영화로서는 '돌풍'이라고 할 만한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달 21일 개봉 이후 한 달 가까이 화제를 몰고 있다.
전국 16개관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8일 만에 독립영화 흥행선인 1만 명을 넘었으며 개봉 한 달 만인 20일 5만 관객을 돌파했다.
블록버스터들의 개봉이 잇따르면서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인원을 모아 상영관을 대여하는 방식의 단체관람에 나서고 있어 흥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작은 영화들의 흥행에 따라 이들을 상영하는 독립·예술영화 상영관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개관과 함께 '두 개의 문' 개봉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독립·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광화문의 씨네큐브와 홍대 인근의 KT&G 상상마당은 '미드나잇 인 파리'의 흥행으로 좌석점유율이 예년 이맘때보다 크게 늘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