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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두언 체포동의안의 진실

남승모 기자

입력 : 2012.07.16 09:31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로 새누리당이 휘청이고 있다. 당내 최대 주주인 박근혜 전 위원장이 직접 나서면서 겉으로는 일사분란하게 정리되는 모습이지만 내부 사정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박 전 위원장과 당 지도부가 체포동의안 부결을 반 쇄신으로 규정짓고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정작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상당수 소속 의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지난 11일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데에는 남경필, 김용태 의원의 본회의 발언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두 의원 주장은 현행 형사소송법상, 의원 체포 동의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이 바로 이에 해당하며 정 의원 건의 경우 새누리당이 국회의원 특권포기 차원에서 주장해 온 불체포 특권 남용도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정두언 체포동의안의 진실은 무엇인가?

◈ 박주선 체포동의안 VS 정두언 체포동의안

먼저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의 파장이 컸던 이유 중 하나는 박주선 의원 건과 대비됐기 때문이다. 두 의원에게 똑같이 체포동의안이 상정됐는데 무소속인 박주선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가결되고 여당 중진인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비판받기 딱 알맞은 구조다. 특히나 박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였던 데 반해 정두언 의원은 저축은행 비리 연루 혐의로 국민적 관심이 더 큰 사안이었다.

하지만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지난 달 27일 4·11 총선 부정선거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광주지법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박 의원을 법정구속하기로 하고 구금(拘禁)을 위한 체포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1심 법원이 형을 선고한 이후 징역형 집행을 위해 국회의 동의를 구한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으로부터 불법 자금 4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지만 법원은 구속이나 형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검찰의 요구에 따라 법원이 영장실질심사를 하기 위해 정 의원을 구인(拘引)하는 과정에서 국회에 체포 동의안이 제출된 것이다.

박주선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1심 판결에 따른 형 집행을 위한 것이었다면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단순히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는 얘기다. 따지고 보면 국회로서도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박주선 의원의 경우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정두언 의원은 어떤가?

정 의원이 그냥 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 되는 문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자진 출석해서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가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 법적 미비가 발단… 누구 책임?

현행 형사소송법 201조의 2의 ②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201조의2(구속영장 청구와 피의자 심문)
②제1항 외의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피의자를 구인한 후 심문하여야 한다. 다만, 피의자가 도망하는 등의 사유로 심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문제는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피의자를 구인한 후 심문하여야 한다"는 부분이다. 구속할 만한 사안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의자를 법원으로 불러야 하는데 자진 출두는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구속영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제 발로 걸어가서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법원이 이번에 국회에 넘긴 정두언 의원 체포 동의안도 "정 의원이 구속될 만한 죄를 지었으니 구속에 동의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죄가 있다고 볼 만한 상황인지, 또 그래서 구속 수사가 필요한 사안인지 가리기 위해 법원에 나올 수 있도록 동의해 달라"는 요구였다.

국회 입장에서는 정확한 혐의 사실도 모른 채 그냥 동료 의원 체포에 동의해주든가 아니면 검찰을 못 믿겠다며 거부하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검찰이나 법원에 사건기록을 보여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동의안을 통과시켜서 정말 구속될 만한 사안인지 정정당당하게 심사를 받으면 될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 통과는 그 자체만으로도 정치인에게 엄청난 타격이라는 게 정치권의 설명이다. 말의 느낌상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됐다고 하면 일반 유권자들은 해당 의원이 체포될 만한 일을 저질렀다는 걸 국회에서도 인정했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의 본질은?

이런 지적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그간 이를 방치했고 논란을 자초했다.

결국 이번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는 절차상 일부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대국민 약속 차원에서 이를 지켜야 한다는 지도부와 사건 자체가 검찰의 의도적 표적 수사인 만큼 내 발로 나가 조사를 받을 테니 체포동의안 처리는 막아달라는 정두언 의원, 그리고 절차상 문제가 있는 만큼 처리는 불가하다는 쇄신파의 주장이 만들어낸 합작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