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LPG(액화천연가스)를 실은 탱크로리에 불이 옮아붙어 폭발했다면 더 큰 참사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13일 새벽 전남 여수 해상에서 발생한 화물여객선 화재 사고의 생존자들은 진화가 늦어졌더라면 더 큰 참사가 일어났을 것이라며 아찔했던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불이 난 화물칸에는 승객들이 몰고 온 화물차 37대가 주차됐고, 이 가운데는 LPG를 실은 탱크로리 7대도 있었다.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든 전날 오후 11시30분께 요란한 화재경보와 함께 대피를 알리는 비상벨이 선내에 울려 퍼졌다.
객실에는 이미 연기가 자욱했고 승객들은 선원들의 안내를 받아 희미한 실내등에 의지해 갑판으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갑판에서 20여분간 추위와 공포에 떨어야 했던 선원과 승객 36명은 연기가 그치지 않자 구명보트 2대에 나눠타고 신속하게 배에서 빠져나가 인근 해상에서 표류했다.
20여분간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구조를 기다린 선원과 승객들은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에 도착한 해경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강인수(47)씨는 "객실에서 자고 있는데 갑자기 사이렌이 울려 깼다. 일어나 보니 배 후미에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며 "신속하게 불을 껐기 때문에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물차에서 잠을 자다가 변을 당한 조 모(45) 씨 부부에 대한 안타까움도 털어놨다.
남성 승객들이 대부분이어서 객실이 아닌 화물차에서 잠을 잔 조씨 부부는 화물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구조돼서야 정신을 차린 승객들은 조씨 부부가 보이지 않는다며 해경에게 알렸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문명주(37)씨는 "배에 객실이 하나밖에 없어 여자가 잘 데가 없어서 부부가 따로 차량에서 잤다"며 "객실에서 잤다면 화마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13일 0시 10분께 전남 여수시 남면 소리도 남동쪽 10마일 해상에서 4천400t급 부산선적 화물여객선 세주 파이오니아호에서 불이 나 승객 조 모(45) 씨가 숨지고 아내 고 모(42·여) 씨가 중태에 빠졌다.
(여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