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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보험료 폭탄 부르는 자동 갱신형 보험

정명원 기자

입력 : 2012.07.13 10:21|수정 : 2012.07.13 10:37


보험 가입을 할 때나 권유를 받을 때 “보험료 싸게 잘 나왔다” “몇 천원 안 되는 특약에 가입하고 암 진단, 입원비 지급 받아라” 하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가입하려는 상품이 자동 갱신형 상품이라면 초기 싼 보험료에 끌려서 덜컥 가입하기 전에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동 갱신형 보험상품, 말이 어렵죠? 쉽게 말해 일정 주기로 보험료가 달라지는 보험상품입니다. 대표적으로 전 국민의 절반은 가입했다는 실손의료보험이 해당됩니다. 갱신 시점의 위험률을 반영해서 보험료를 산정하는데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보험사가 내놓는 갱신형 상품은 대부분 오를 가능성 높은 편이긴 합니다. 보험사는 갱신 시점에 바뀐 보험료를 알려주고 보험 계약 지속 여부를 확인하는데 가입자가 해약을 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미리 하지 않는다면 자동으로 바뀐 보험료를 적용해 갱신하는 상품입니다.

일반적으로 3년이나 5년 주기로 갱신이 되는데 이 자동 갱신형 구조는 6~7년 전 특약 형태로 국내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초기에는 사망 보험 가입하면서 몇 천원만 보험료를 더 내면 수술비나 진단비를 일부 지급하는 특약 등으로 보험사들이 적용했는데 점차 자동 갱신이 적용되는 상품 종류를 늘렸고, 2009년 보험사들이 절판마케팅을 동원해 집중적으로 팔았던 2천6백만 가입자의 실손 의료보험은 거의 갱신형 상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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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갱신형 상품은 갱신 시점이 오기 전 까지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 가입자가 잘 알지 못합니다. 취재 중에 만난 김 모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5년 전 5년 주기 갱신형 보험에 가입했는데 보험료가 갱신 시점에 오른다고 해도 얼마 되지 않는다는 말만 믿고 수수특약, 입원특약, 질병입원특약, 암 진단 특약, 암 수술 입원 특약 등에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첫 갱신 시점이 되고 보니 9,700원이던 수술특약 보험료는 41,135원으로 4배 이상 뛰었고, 입원특약 보험료는 4,200원에서 12,600원으로 3배나 올랐습니다. 이러면서 전체 보험료도 2배 이상 인상되는 것으로 통보 받았습니다.

김씨는 가입 당시 설명과 다른 급격한 보험료 인상에 항의하기 위해 보험사에 전화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보험사는 김씨 같은 민원인이 많다며 부담스러우면 해지하라는 은근한 권유까지 했습니다. 지금 해지 할 경우 돌려받는 해약 환급금은 그 동안 낸 보험료에 한참이나 못 미치고 5년이나 지나서 같은 보험 상품에 가입하려면 기본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손해를 보는데도 말입니다. 이런 상황을 가입 당시 제대로 설명했다면 다른 보험 상품에 가입했을 김씨가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보험료가 급등한 이유는 김씨가 병원 치료를 많이 받았거나 입원을 오래해서 생긴 일이 아닙니다. 일부 보험사가 상품을 처음 내놓을 때는 판매를 늘리기 위해 사업비를 적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보험료를 싸게 내놓은 뒤 자동 갱신 조건을 악용해 갱신 시점에 보험료를 대폭 올리는 상술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가 보험료를 크게 올렸다는 것은 다시 말해 해당 상품 구조가 손해율을 높이는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보험사가 가입자들에게 받은 보험료보다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돈이 더 많다는 말입니다. 물론 보험사들이 자신들 몫은 미리 챙긴 뒤 하는 계산입니다. 이런 상품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가입자가 손해를 보고 해약을 해 주거나 왕창 오른 보험료를 내는 것 모두 이익이 됩니다. 이미 사업비 등을 회수했기 때문입니다.    

2009년 대거 팔았던 실손 의료보험 상품 역시 비슷한데 주로 3년주기 자동 갱신형 상품이어서 올해 집중적으로 가입자들이 인상된 보험료를 내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보험사들이 당시 판매할 때 손해율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는 눈 감은 채 일단 팔고 보자는 식으로 가입자만 늘렸고, 이제 그 문제로 파생된 부담을 가입자들에게 넘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가입자 입장에서는 앞서 설명한 대로 인상된 보험료는 부담스러운데 그렇다고 보험 계약 해지를 할 경우 더 손해를 보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만약 갱신 시점의  보험료 인상에 관해 약관 등에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을 경우 불완전 판매로 인정받게 되면 현 수준의 보험료로 1차례 계약을 갱신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우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어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보험사에 요청해 크게 오른 특약 가운데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해지하고 보험 계약은 유지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보험사의 상술에 기분이 나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대책 없이 덜컥 보장성 상품을 해지하면 소비자만 손해를 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에 가입하려는 소비자라면 꼼꼼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품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암,의료비 등 질병 관련 보험은 수명이 늘어날수록 갱신 할 때마다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급적 갱신형 상품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일정 기간을 정해 놓고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이라면 갱신형 상품이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갱신 시점이 되면 사망보험료가 싸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갱신형 보험, 특히 실손의료보험 상품에 대한 불만이 많아지면서 금융당국도 갱신주기나 가입시 설명 조항에 관해 내부적으로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어떤 결론을 내릴 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