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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한구는 왜 사퇴했을까?

남승모 기자

입력 : 2012.07.12 08:37|수정 : 2012.07.12 09:18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는 새누리당이 19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터라 그 충격이 작지 않았다. 원내 지휘를 책임진 원내대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게 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누구나 책임정치를 말하지만 솔직히 실제 사퇴까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사퇴 결단이 평소 이한구 원내대표의 정치 스타일에 기인한 측면도 있지만 분명 이번 사태가 갖는 정치적 파장과 그에 따른 고육책이라고 봐야 한다.

◈ 원내대표 어떤 자리인가?

이한구 원내대표가 사퇴한 이유를 알아보려면 먼저 원내대표가 어떤 자리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당 소속 의원들을 이끄는 수장이다. 당 총재가 모든 걸 결정하던 예전과 달리 요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분리돼 있다. 이른바 '투 톱 시스템'이다.

당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함께 당 운영을 책임진다면 원내대표는 국회 안의 의정 활동을 책임진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당 대표는 공직선거자 추천, 즉 공천과 선거를, 원내대표는 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맡는다. 둘다 막강한 권력을 갖는 자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실속으로 따지자면 원내대표가 휠씬 알짜다.

우선 원내대표, 특히 다수당의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직을 맡는다. 국회직인 만큼 각종 수당과 경비가 지원된다. (일부에선 당 대표의 경우 상대적으로 명패만 빛났지 실제 지원받는 판공비는 휠씬 못하다는 얘기도 있다) 정치적 책임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당 대표는 2년 임기지만 재보선이라도 규모 있는 선거에서 지면 사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반면 임기 1년짜리 원내대표는 웬만해선 물러나는 일이 없다.

작다면 작은 부분이지만 원내대표에게는 국회 본청에 별도의 방과 실무보좌진이 제공된다. 본청 앞에는 원내대표를 위한 별도의 주차공간까지 마련돼 있다. 또 다수당 원내대표라면 앞서 이야기한 대로 국회 운영위원장실이 추가로 제공된다.

◈ '법안·예산안·현안' 한 손에 쥔 자리이미지권한 면에서도 원내대표가 휠씬 실속이 있다. 당 대표의 권한 중 가장 막강한 게 공천권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있는 때가 아니면 별 소용이 없다. 또 공천권을 제외하면 사실 이렇다할 권한도 없다. 돈 정치가 판치던 시절에야 사무총장을 통해 거액의 정치자금을 주무르기도 했지만 옛날 일이다.

이에 반해 원내대표의 권한은 상시적이다. 현안이 터지면 대정부질문이나 긴급현안질의를 할 수 있고 나아가 국정조사나 청문회 같은 것도 여야 합의를 통해 실시할 수 있다. 지난 11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일 정보보호 협정 긴급 현안질의가 한 예다.

법안도 마찬가지다. 상임위 합의가 기본이지만 주요 쟁점법안의 경우 원내대표의 지휘로 처리 여부가 갈린다. 예산안 처리를 주도하는 것도 원내대표다. 법안과 예산안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할 것 없이 전 분야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이권이다. 그 조정과 배분의 조정자적 위치에 원내대표가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나 다수당의 여당 원내대표라면 그 권한은 말할 나위가 없다. 여당 원내대표 방 앞에 있다 보면 법안이나 예산, 혹은 현안 민원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소속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당내 의원들의 대표인 만큼 의원들과 관련된 각종 권한도 원내대표가 갖는다. 상임위 배정에서부터 의원회관 방 배정, 본회의장 자리 배정까지 모두 교섭단체 대표, 즉 원내대표의 권한이다. 여기에 원내수석부대표와 원내대변인, 부대표단 등에 대한 인사권도 갖는다.

◈ 이한구 사퇴 이유는?이미지
원내대표 사퇴가 원래부터 이례적이었던 건 아니다. 예전에는 여야 원내대표단이 쟁점을 놓고 협상을 벌일 경우 종종 직을 걸곤 했다. 격론 끝에 합의사항이 도출될 경우 이를 의원총회에 붙였고 만약 부결되면 협상의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가 사퇴하곤 했다.

하지만 원내대표의 권한과 독립성이 강화되면서 이런 모습은 보기 어려워졌다. 잠정 합의를 들고 가 당내 의원들에게 타박을 받고 재협상을 벌이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자리를 지키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 됐다. '선거 패배 = 지도부 사퇴' 공식이 일반화된 당 대표와는 달라도 한참 다른 셈이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그런 '따뜻한' 자리를 스스로 박차 버렸다. 소속 의원들이 사퇴를 요구한 게 아니다. 아니, 당내 최대 주주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전 위원장까지 나서 말렸다고 한다. 그런데도 요지부동이었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 '박근혜 일병 구하기'?이미지이한구 원내대표가 왜 사퇴했는지는 그가 원내사령탑을 맡은 이유를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추론이 가능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한구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려온 대표적 친박 인사다. 그가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것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서다.

하지만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가 예상을 깨고 부결되면서 박근혜 전 위원장의 대선 가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나 불체포특권 포기는 박근혜 전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총선 공약으로 전 국민에게 약속했던 사안이었다.

원칙과 신뢰를 강조해온 박 전 위원장이었던 만큼 상처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서둘러 원내지도부 총사퇴라는 강수를 선택한 것도 박 전 위원장에게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을 보호하고 정권재창출을 하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물론 이한구 원내대표의 개인적인 정치 스타일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이 원내대표는 평소 자기 결심이 서면 좀처럼 번복하지 않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는 박근혜 전 위원장과의 관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를 밀어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배경에는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다시피 해서 끌고 온 국회의원 특권포기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도부가 무노동.무임금 원칙 적용과 세비 반납, 국회 의원 겸직 금지, 의원 연금 폐지 등 쇄신 작업을 추진할 때마다 소속 의원들과 마찰을 빚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특권포기 6대 쇄신과제는 총선 때 박근혜 전 위원장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표를 달라며 국민에게 공약했던 사항이다. 뺏지 달았다고 생각이 바뀌는 정당에게 미래는 없다. 5개월 가량 남은 대선만이 아니다. 4년 후 총선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