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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 욕먹어도 고(GO)하는 이유(인터뷰②)

김지혜 기자

입력 : 2012.07.09 10:13|수정 : 2012.07.09 10:13


기자가 만난 고현정은 소문대로(?)였다. 때때로 '이렇게 말해도 되나'라고 걱정(?)아닌 걱정을 해야 할 만큼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했다. 고현정은 근래 만난 어떤 스타보다도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배우탐구가 아닌 인물탐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고현정은 스스로 오해를 버는 스타일이었다. 숨기고 포장하는 것에 능한 다른 연예인에 비해 그녀는 너무나 솔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점이 고현정을 고현정답게 만드는 또 하나의 매력이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웠다.

Q. 앞서 성격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촬영 현장이나 녹화 현장 등에서 고현정을 둘러싼 소문과 루머들이 많이 나온다. 이번 영화 촬영 중에도 감독 교체건을 두고 불화설이 돌았고, 가장 최근에는 영화 홍보를 둘러싸고 언론의 뭇매를 맡기도 했다. 오해와 루머들이 고현정이기 때문에 좀 더 부각되는 면이 있는데 억울하지는 않나?

A. 담대하려고 노력한다. 기자와 스타는 어떤 면에서는 동지라고 생각한다. 그분들도 개인적 감정으로 기사를 쓰는 것은 아니지 않나. 나를 둘러싼 갖가지 평가에 대해서 어떤 부분은 공감하기도 한다. 방송이든, 영화든 어떤 식으로 소비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것 또한 관심의 일환이다.

내 성격상 정말 아니다 싶을 때는 정말 정색하고 큰 소리 내는 편이다. "아니다 아닌데. 이렇게 돌아가는 건 아닌데"라는 생각 들 때는 옴팡 뒤집어쓰더라도 말하고 개선하자고 하다 보니 후폭풍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관심받을 땐 좋고, 야단맞을 땐 싫고 이건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 좋은 기사가 나오면, 나쁜 기사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욕을 먹어도 주변 사람이 아닌 내가 직접 먹는 것이니까, 오히려 편하다. 개의치 않고 그저 나는 내 일에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Q. 데뷔한지 20년이 넘었는데, 대중들에게 고현정은 여전히 신비로운 인물로 보는 것 같다. 인터뷰 자리에서도 작품보다는 사생활 혹은 인간 고현정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은 걸 보니. 고현정은 정말 신비로운 인물인가?

A. 그러게. 왜 그럴까? 근데...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웃음) 결혼과 동시에 8년 정도 연예계를 떠나 있다가 컴백해서 대중들에게는 베일에 싸인 느낌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사실 나에게 그렇게 특별한 면이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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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고현정은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이런 사소한 것들도 궁금하다.

A.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진 않은데, 좀 특이하다 싶은 예를 들자면, 외출해서 사람들을 만나 놀면 그 후 4~5일은 혼자 집에 있어야 한다. 누워 있지도 않고 정자세로 꼿꼿이 앉아있는 것을 즐긴다. 술은 좀 방황하던 시기였던 2001년도 즈음 어설프게 배웠다. 그러다보니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막 마시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놀거나 이야기 할때는 집중해서 에너지를 다 쏟아낸다. 기진맥진한 상태까지 놀기 때문에 그 다음 날은 푹 쉬어야 한다. 

Q. 필모그래피를 보면 다작을 하진 않았지만, 영리한 작품을 선택을 해온 배우라고 생각한다. 뛰어난 감독과 작가들과 일해 왔고, 색깔 강한 캐릭터들을 맞춤옷처럼 소화해 '대체 불가' 여배우라는 평가는 받는 데 성공했다.

A. 하하하. 그렇지 않다. 나는 대체로 욱한 마음에 작품을 선택할 때가 많다. 컴백 직후를 떠올려보면, 그 당시에는 모성, 이혼 등 고현정하면 연상되는 상황에 처해 있는 인물은 일부러 피했다. 그런 것들에 업혀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강한 캐릭터를 많이 선택했다. 또 대중들이 생각하시기에 다소 뜬금없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의도하고 선택한 작품은 거의 없었다. 사실 '미실'도 원래는 계획하고 한 것이 아니었다. 사극은 나랑 절대 안 어울리는 장르라서 생각지도 않았는데 '히트' 때 일했던 김영현 작가와 통화하던 중에 또 욱하는 마음에 결정했던 것이다. 내가 그렇게 치밀한 편이 못된다.  

Q. 올해 충무로에 여배우들의 때 아닌 노출 전쟁이 벌어졌었다. 고현정하면 연기 잘하고 과감한 캐릭터에 도전하기로 유명한데 노출 연기만큼은 불가 사항일까?

A. 할 거면 일찍 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싶다. 자신도 없고 너무 두렵다. 또 한편으로는 웃겨서 못할 것 같다. 그 상황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민망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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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 중반부를 넘어가면 천수로는 성격적으로도 또 외향적으로 극적인 변신을 한다. 그렇다면 고현정의 가장 큰 변신은 무엇이었을까?

A. 컴백이라고 생각한다. 한참 활동을 하고 있던 중에 결혼을 했고 약 8년을 떠나 있다가 연예계에 돌아왔다. 그때 고맙게도 기자 분들이 컴백이라는 단어를 써주시더라. 그게 어찌나 뭉클하던지. 다시 돌아왔다는 표현 자체가 너무 좋았다.

근데 연예계도 너무 변해서 낯설더라. 나는 매니저 없이 활동하던 세대였고 분장 케이스를 직접 들고 다니던 세대였는데 돌아와보니 모든 것이 바뀌었더라. 컴백은 했는데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서 '아..어떻게 해야하나. 난 뭐지?' 하는 생각이 한동안 들었다. 그리고 '빨리 정신 차려야겠다'고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Q. 마지막으로 '미쓰고'라는 이 코미디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재미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지 출연한 배우로서 얘기해준다면?

A. 사회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 됐다고 느끼고 있는 분들, 또 트라우마 가진 분들이 있다면, 천수로를 보면서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고 또 힘도 내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 엔딩에 수로가 남자랑 같이 가지 않고 홀로서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엔딩이 마음에 쏙 든다.

따지고 보면 사람은 원래 누구나 혼자다. 그런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록 혼자지만, 어딘가에는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힘들더라도 본인이 의지를 가지면 탈출구는 있다. 물에 빠진 수로도 결국 빠져나오지 않나. 실제 내경험도 그렇더라.

Q. 첫번째 상업영화인터라 '미쓰고'에 가지는 애정과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 같다. 만약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고현정에겐 어떤 것을 남길 것 같나? 

A. 물론 이 작품이 관객 분들의 큰 사랑이나 전문가들의 좋은 평가를 못 받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얻은 것이 많다. 한 장면 한 장면 추억이 담겨있고 스스로에게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영화가 됐다. 부산에서 8개월이나 머물면서 촬영을 했는데 당시에는 큰 스트레스 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 영화에서 함께한 스태프와 배우들과의 추억이 있는 부산이 너무나 그립다.

영화가 실패를 한다면, 사람들은 "고현정은 아직 영화는 안 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어떻게 사람이 하는 일마다 잘 되겠는가. 늘 칭찬 받는데 만 익숙해온 면도 없잖은데, 흥행이 잘 되지 않는다면 기고만장하지 않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앗, 아직 영화가 내리지도 않았는데 이런 말 하면 안 되는데…….내가 얍삽하지 못해서 늘 이런다. 립서비스도 못하고. 하지만 이게 나다운 것인 것 같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사진 = 김현철 기자, 아이오케이 컴퍼니,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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