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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악몽' 맴도는 우면산·초안산

입력 : 2012.07.09 04:35

사방사업 공정률 85% 불구
전문가 "물난리 위험" 주민들 "아직도 섬뜩…얼마나 대비했는지 걱정"


"공사 진척도는 99%입니다."

지난해 여름 초유의 산사태로 엄청난 피해가 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우면산 일대.

8일 오후 다시 둘러본 수해복구ㆍ예방공사 현장은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모습이었다.

산사태와 토사 유출을 막는 사방댐이 일정 간격으로 배수로를 따라 설치돼 1년 전 참사를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깔끔한 상태였다.

유달리 피해가 심했던 전원마을 인근에서도 굴착기가 배수로 공사를 하는 것을 빼면 지난해 수해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현장 관계자는 "공사가 아주 잘 됐고 곧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이 마을에 사는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지금 당국의 조치는 비가 오면 산에서 물이 빨리 내려오게끔 하는 데만 중점을 뒀다"며 "이렇게 하면 산사태 대신 물난리가 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서울에서는 산에서 내려온 물이 하천이 아닌 하수관거로 유입되는데 물이 한꺼번에 내려오면 넘쳐버린다"며 "산사태를 막자고 무조건 산에서 물이 빨리 내려오게 할 것이 아니라 물길마다 시차를 둬야 주택가 침수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학진 서울시 물재생계획과장은 "지난해는 유입구 자체가 토사와 나뭇가지 등으로 막히면서 사태가 커진 것"이라며 "그럼에도 산사태가 난 지역의 하수관로를 최대 100㎜ 이상 수준으로 확장했고 토사를 가라앉힐 모래막이못(침사지)을 만들었기 때문에 저지대에서 물이 역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토사가 유입됐던 우면산 방향으로 여전히 임시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다.

단지 내 주민센터 옆 계단과 광장에는 공사용 자재가 널렸고, 주민센터 간판은 일부 뜯긴 채 내부면을 그대로 드러내 황량한 모습이었다.

단지 내 작업 현장을 지나던 주민 장모(63)씨는 "서울시 전체로 보면 복구율이 90%를 넘었을지 몰라도 단지 내 공사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끝나려면 멀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노원구 월계동 초안산의 동부간선도로 확장 공사장도 지난해 6월 말 폭우에 토사가 도로를 덮치는 대형 사고가 난 곳이다.

당시 1천500t가량 되는 막대한 양의 토사가 인접 도로에 쏟아지면서 한 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경찰 조사 결과 현장 일부 구간에 절개면 붕괴를 막을 방수포와 배수로 등이 설치되지 않아 폭우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시공사 관계자 5명을 업무상 과실 등 혐의로 입건한 바 있다.

사고 후 1년이 지난 지금 절개면에 H빔과 목재를 이용한 방벽이 설치됐고, 토사가 드러난 사면은 방수포로 덮이는 등 나름대로 산사태 방지 조치가 이뤄지긴 했다.

그러나 현장이 지하철 1호선 철로와 바짝 붙어 있음에도 일부 구간에는 철로로 토사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을 구조물이 아직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배수로와 배수구가 설치되긴 했으나 폭우가 내리면 토사가 배수구를 막을 위험도 있어 보였다.

서울에서 전철로 의정부까지 출퇴근한다는 신모(29ㆍ여)씨는 "지난해 사고가 났을 때 '내가 죽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섬뜩했다"며 "지금도 이곳을 지날 때면 현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얼마나 철저한 대비를 했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현장 사면의 보강공사는 끝났고 곳곳에 새로 침사지를 설치해 물이 빠지는 곳에 토사가 쌓이지 않도록 조치했다"며 "가림막이 없는 구간은 흙을 파내는 작업이 끝났으므로 유실된 흙이 선로로 흘러갈 위험은 없으나 이 부분도 마무리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달 30일까지 남산과 우면산, 관악산 등 210곳에 사방댐과 보막이, 집수정 등을 설치하는 산사태 예방 사방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5일 기준으로 공정률은 85%라고 시는 밝혔다.

지난 5~6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에 최고 300㎜가 넘는 많은 비가 온 데 이어 11일부터 전국 대부분 지방에 다시 비가 내릴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