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에 사는 60대 박 모 씨(女). 대부업체로부터 약 1,200만 원을 빌렸다. 10개월 정도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갔다. 하지만 힘에 부쳤다. 신용카드로 돌려막기도 해 봤다. 버티기 어려웠다. 연체가 시작됐다. 대부업체 직원들은 아침, 저녁으로 집으로 찾아왔다. 남편과 자녀들도 알게 됐다. 가족들도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됐다. 견디다 못해 집을 나왔다. 자신만 사라지면 가족들이 빚 독촉을 받지 않을 것 같았다. 교회와 절을 전전했다. 청소나 부엌일을 해 주고 몸을 의탁했다. 가끔 집에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물었다. 가족들에 대한 빚 독촉은 여전했고, 대부업체 직원들과 다툼도 잦아졌다고 했다.
가족들은 법적으로 빚을 갚을 의무가 없다. “채무를 변제할 법률 상 의무가 없는 채무자 외의 사람에게 채무자를 대신하여 채무를 변제할 것을 반복적으로 요구함으로써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여 사생활 또는 업무의 평온을 심하게 해치는 행위”(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6항)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동 법 제15조 제2항 제1호).
박 씨의 사연을 금융감독원에서 소개받고, 박 씨와 연락을 시도했다.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충남의 한 절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불법 추심으로 인한 피해 경험을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망설였다. ‘가족에게 죄인인데 무슨 할 말이 있겠냐’고 했다. 30여 분에 걸친 설득. 그녀는 하루만 더 생각해 보고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만 하루가 지났다. 문자가 왔다.
"어제 전화하고 고민해 보니 내가 나설 것이 안 돼 다시 전화 받지 않겠습니다. 내일은 이혼하러 가니 연락하지 마세요."

대구에서 옷가게를 하는 송 모 씨(女)도 금감원에 불법 사금융을 신고했다. 전화 수화기로 들리는 송 씨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송 씨가 옷가게를 하는 지역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사채를 뿌리는 ‘행주아빠’라는 사람이 있다. 제도권 금융회사 이용이 어려운 상인들에게 고리 사채를 취급한다. 200만 원을 열흘씩 빌려주고 20만 원을 이자로 받아가는 식이다. 연 360%의 불법 초고금리다. 하루라도 이자가 밀리면 가게에 진열해 놓은 물건을 가져가 버린다.
송 씨도 값 비싼 옷을 뺏긴 적이 다반사다. 건장한 사내들을 데려와 위협하고 폭력을 쓰기도 한다. 주변에는 연체이자가 쌓여 빚이 2억 원으로 늘어난 상인도 있다. 장사를 포기하고 떠나기도 한다. 상인들은 ‘행주아빠’의 진짜 이름이나 사는 곳 등 아는 게 별로 없다. 불쑥불쑥 찾아와 사채를 뿌리고, 행패를 부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해도 별로 나아지는 게 없다. 상인들은 경찰과 이 사채업자가 연계돼 있다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구로 찾아가서 피해를 본 상인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목소리에 서린 분노는 경계감으로 바뀐다. ‘행주아빠’가 자신을 알아보면 더 심한 행패를 부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아무리 음성변조나 모자이크를 해도 내용만 들으면 ‘행주아빠’가 자신들을 알아챌 게 뻔하다고 했다. 그녀는 ‘행주아빠’를 매우 두려워 했다. 또 경찰도 손을 놓고 있는데 언론에 소개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것이냐고 회의했다. 그 후로 송 씨는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양 모 씨(女)는 지방에서 올라 온 대학생이다. 올 2월 방을 구하기 위해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를 찾아갔다. 돈이 조금 부족했다. 그 공인중개사는 ‘전 실장’이라는 사람을 소개시켜줬다. 사채를 굴리는 사람이었다. ‘전 실장’에게 200만 원을 빌렸다. 매주 5만 원씩 갚는 조건이었다. 돈을 갚아 나갔다. ‘전 실장’은 전화를 걸어오거나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돈이 늦는다” “어제는 몇 시에 잤냐?” “오늘은 뭐 하냐?” 돈을 빌린 지 한 달 반쯤 지났을 때 일방적으로 “만나자”고 연락해 왔다. 만났더니 “대출원금이 300만 원으로 늘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빚 갚으려면 다른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되지 않겠냐?”고 유혹하기도 했다.

사금융 피해 사례로 취재하고 싶다고 연락했다. 안 씨는 최근 ‘전 실장’을 피해 강남에서 경기도 모처로 이사를 했다고 했다. 하지만 ‘전 실장’이 자신의 연락처를 알고 있어 보복할 지 모른다고 했다.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될까봐 두렵다고도 했다. 익명성은 철저히 보장된다는 약속은 안 씨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 했다. 다시 설득하기 위해 다음날 연락했을 때, 전화기에선 “사용자의 요청으로 당분간 착신이 정지됐다”는 안내 멘트만 흘러나왔다.
지난 4월 정부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피해신고 일제 접수가 이뤄졌다. 3만 건이 넘는 신고가 들어왔다. 검경도 대대적인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족이 알까봐, 가족에게 피해가 미칠까봐 두려워 한다. 사채업자의 보복에 떨고 있다. 빚을 졌다는 자격지심, ‘남의 돈 썼으면 갚아야지’라는 사회적 편견, 그리고 법률 지식의 부족이 이들로 하여금 채무자에 대한 정당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 피해에 대한 지속적인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