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경제

[취재파일] '747 공약'은 어디로 갔나요?

김요한 기자

입력 : 2012.07.04 11:21

MB 정부, 최저임금 상승률 '역대 최저'


고용노동부가 MB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발표했습니다.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지난 1988년 이후 성적이 가장 나빴습니다. 명목 인상률이 5.0%였는데, 물가상승률이 3.6%였으니까 실제로는(실질 인상률) 1.4%정도 오른 셈입니다. MB 정부의 성적은 명목상승률과 실질상승률 모두 역대 최저였습니다. 각 정부 별 성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 (명목인상률 5.0%) (실질인상률 1.4%) (물가상승률 3.6%)
노무현 정부 (명목인상률 10.6%) (실질인상률 7.7%) (물가상승률 2.9%)
김대중 정부 (명목인상률 9.0%) (실질인상률 5.5%) (물가상승률 3.5%)
김영삼 정부 (명목인상률 8.1%) (실질인상률 3.1%) (물가상승률 5.0%)

물론 아직 이 정부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 수치가 변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MB 정부의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근 4천860원(올해 대비 6.1% 인상)으로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을 포함해 계산해도 지금까지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실질 인상률을 살펴봅시다. 집권당의 성격이 다른 김대중.노무현 정부와는 말할 것도 없고 IMF 사태로 나라가 들썩였던 김영삼 정부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못사는 사람, 어려운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그만큼 팍팍해졌다는 말이지요. 이쯤되면 MB정부가 그토록 소리치던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정부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요인인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등을 고려하면 결과가 낮은 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가요? 정말 그렇게 낮은편이 아닌가요? 적당한 수준인가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답답하고 짜증스런 생각은 저만 드는 건가요?
이미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의 시급, 식당에서 서빙하는 친구들의 시급은 대략 4천 원 수준입니다. 하루 8시간, 26일을 꼬박 일한다고 칩시다(일주일에 하루는 쉬어야 하니까요). 그럼 월급으로 83만2천 원을 받습니다. 씀씀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이 정도의 벌이로 한 달 생계를 이어가기란 분명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벌이로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 꽤 많습니다.

최저임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정부로부터 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일 겁니다. 그 사람들에게 단 돈 5백 원이 가지는 의미는 택시요금, 지하철 요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고위 공무원들이 보는 5백 원짜리 동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겁니다(5백 원짜리 동전을 언제 봤는지 기억도 안 날 분들도 계시겠지요).

혹시 제 글에 이렇게 반문하실 공무원 분들도 계실까요? '그러니까 왜 편의점에서 일을 해? 공부해서 과외하면 되지. 열심히 공부 안 한 탓이야. 지 게으름을 탓해야지 누굴 탓해?' 글쎄요. 부의 격차가 학력의 차이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풀어볼까요? 한도 끝도 없을테니.. 더 답답해질 소리는 이쯤 하십시다.

SBS에 입사하기 전, 수년간을 비정규직으로 일했더랬습니다. 한 달 월급 150만 원으로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돈을 쪼개가며 저축도 하고, 데이트도 하면서 한숨을 쉬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정규직에 넉넉한 월급을 받게 됐지만, 아직까지도 제 출중한 능력 덕분에 제가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여러 모로 운이 참 좋았습니다.

5년 전 이맘 때쯤, '747 공약'을 외치며 핑크빛 미래가 올 것이라던 MB 정부를 기억합니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작금의 구조적인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이런 성적표 앞에서 "낮은 편은 아니다"라는 설명을 하는 정부의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볼썽사납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서민들의 생활을 따뜻하게 하지 못했다면, 어려운 분들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진정성 어린 설명을 할 수는 없었을까요. 위아래 가릴 것 없이 이런 저런 문제, 예상치 못한 결과가 생기기만 하면 '나는 몰랐다'며 호통을 쳐대는 MB 정부의 답답한 행보가 이제는 그만 좀 반복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