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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게임하다 열받아 디도스 공격?

정영태 기자

입력 : 2012.06.28 15:06

4.10 선관위 공격은 고교생 소행


4.11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10일 밤. 선관위 홈페이지의 '투표소 찾기' 메뉴의 접속이 지연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선관위에는 비상이 걸렸고 웹사이트를 즉시 사이버 대피소로 이동시켜 큰 피해는 막았습니다. 지연 사태의 원인은 디도스 공격으로 드러났고, '투표찾기'라는 특정 메뉴를 노렸다는 점에서 선거 방해 행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모 씨가 주도한 디도스 공격과 유사한 사례가 또 발생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막상 경찰이 용의자를 붙잡고 보니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사건 발생 보름 정도가 지난 4월 26일, 서울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 17살 한모 군을 검거했습니다. 한 군은 디도스 공격 툴을 구해 좀비 PC 80여 대를 동원한 공격 트래픽을 전송했고 이 트래픽이 선관위 홈페이지 접속 지연의 원인으로 파악된 겁니다. 그러나 붙잡힌 한 군은 선관위 홈피 공격 사실을 계속 부인했습니다. 자신이 디도스 공격을 한 건 맞지만 공격 대상이 선관위 홈페이지가 아니라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사설 서버였다는 겁니다.

경찰은 한 군의 말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다시 추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6월 6일 또다른 고등학생 김모 군을 검거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인 18살 김 모 군은 한 군이 공격했다던 그 게임서버의 운영자였습니다.이미지사건의 전모는 이랬습니다. 최초 공격자인 한 군은 친구로부터 "사설 게임 서버의 운영자와 채팅으로 다퉈서 열 받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한 군은 "그럼 내가 디도스 공격으로 혼 좀 내줄게"라며 서버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집에서 데스크톱 컴퓨터로 이 서버를 운영하고 있던 사람이 뒤에 붙잡힌 김모 군이었는데요, 김 군도 자신의 서버가 공격받아 접속이 지연되자 화가 났습니다. 공격한 사람이 한 군인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공격자를 혼내줄 수 있을까'하고 고민을 했습니다. 순간 10.26 디도스 공격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김 군은 자신의 서버를 향하던 공격 트래픽을 선관위 홈페이지로 돌려놔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선관위로 공격 타겟이 옮겨지게 되면 경찰이 수사를 시작해 최초 공격자를 추적해 붙잡아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김 군 자신이 직접 공격을 한 게 아니라 공격의 흐름만을 돌려놨을 뿐이니까 자신은 처벌받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한 군을 먼저 검거하면서 김 군의 생각이 맞아떨어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김 군은 한 군보다 더 형량이 무거운 법적용을 받게 됐습니다. 한 군의 경우 사설 서버를 공격한 것이 되기 때문에 정보통신망보호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 법상 정보통신망 침해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이미지반면 공격 흐름을 돌려놓은 김 군은 선관위 홈페이지라는 '주요 통신기반시설'을 침해한 게 됩니다. 따라서 정보통신기반보호법상 주요통신기반시설 침해 행위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이 경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됩니다. 실제 이런 법정 최고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적지만 어쨌든 더 무거운 잘못을 한 셈입니다.

지난해 10월 26일 발생한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집권 여당의 지도부와 당명이 바뀌었습니다.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 더 나아가 특검까지 동원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모방 범죄도 잇따랐습니다. 이번 사례 외에도 지난 1월과 3월에 각각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호기심에서 디도스 공격을 가했습니다. 경찰은 호기심에 의한 모방 범죄라도 반드시 붙잡히게 되고 처벌도 받는만큼 학생들의 주의를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