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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시장 달래기 '노심초사'

입력 : 2012.06.15 17:32

국채금리 위험신호에 "기다려 달라"


스페인 정부가 수렁에 빠져드는 위기상황에 느긋하던 태도를 바꿔 시장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구제금융 발표에도 아랑곳없이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수준으로 떨어지고 국채금리가 국가부도 임계점인 7%까지 치솟는 등 심상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7% 대의 고금리 상황은 자본을 조달해도 이자 갚기조차 어려워 전면적인 구제금융 신청이 임박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쯤 되면 버티기 전략으로 얻어낸 긴축 없는 구제금융에 도취했던 스페인 정부로서도 다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의 분위기 반전은 전날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면서 벌어졌다.

이에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주재로 긴급 각료회의가 열렸고 회의장을 나온 루이스 데 귄도스 재무장관의 태도는 시장에 대한 호소로 바뀌었다.

그는 "유로존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결정을 준비하는 어려운 시기임을 고려해 현명한 자세로 기다려달라"며 스페인에 대한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는 데 집중했다. 그리스 2차 총선 결과가 나오고 유로존 현안 해결을 위한 조치들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며칠이나 수주 안에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국채금리가 심상치않게 상승하는 동안까지만 해도 스페인 정부는 스페인이 파국을 맞도록 방치하면 유럽 전체가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강경 자세를 지켰다.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 마르가요 스페인 외무장관은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르자 "유로존의 미래가 수 일 아니면 수 시간 내에 결딴날지도 모른다"며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면 승객도 같은 운명이고 1등석 승객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해 EU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불안 심리만 부추겨 오히려 스페인 국채금리에 악재가 됐다.

스페인 정부는 구제금융 신청 이후에도 유로존에 모든 문제를 떠넘기는 책임회피론으로 일관해 왔는데 이는 오히려 시장의 반감만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라호이 총리도 유로존 개혁을 위한 독일의 양보를 압박하던 것에서 한발 물러나 갈등이 드러나는 것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하루 전날 스페인 의회에 출석해 "은행 및 재정 연합 등 유로존 안정을 위한 개혁을 위해 독일 중앙은행과 맞서 싸우겠다"고 밝혀 스페인 경제 위기의 책임을 독일에 돌렸다.

이 발언은 하루 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반박으로 이어졌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 의회 연설에서 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들이 요구하는 은행예금보장 방안에 대해 "비생산적이고 독일헌법상 불가능한 요구"라며 "독일의 힘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거부의사를 밝혔다.

독일 총리의 날 선 대응으로 두 정상 간에 긴장 기류가 형성되는 듯했으나 라호이 총리가 추가 발언을 자제하며 확전을 피했다.

스페인 정부는 은행부문 구제금융이 시작되기도 전에 국채금리 악재로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여기고 있다.

이를 피하려면 국채금리 등 경제를 짓누르는 불안 요인이 며칠 내로 정리돼야 하는데 그럴만한 카드가 없는 실정이다.

부실은행에 대한 외부기관의 실사 결과가 나와 전체 부실 규모와 자금 투입 계획이 공개되면 시장에 확신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내주 이후에나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구제금융 자금이 들어와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하려면 시일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스페인 정부는 이에 따라 주말에 실시되는 그리스 2차 총선 결과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유로존 잔류를 주장하는 다수당이 나와 그리스의 절박한 의지가 확인되면 스페인 경제를 옥죄는 불안 심리를 단기간에 떨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하지만 선거 판세로 볼 때 이런 가능성은 크지 않아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오히려 과반 정당이 없는 상태에서 연정 협상 줄다리기가 반복돼 유로존의 위기감이 더 고조되면 스페인에 화살로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은행권 부실 사태를 지켜본 더블린 투자회사의 어윈 파이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 정부는 은행 부실 사태를 유리한 쪽으로 낙관하지 말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이보다 두 배 더 나쁜 상황에 대비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뉴욕 금융시장의 마크 챈들러 외환전략분석가는 "신용등급과 국채 금리 위기가 지속되면 시장에서 정상적인 자본조달이 불가능해 전면적인 구제금융이 필요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마드리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