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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계획, 인천 한복판에 '유령도시' 만들었다

박현석 기자

입력 : 2012.06.13 20:56|수정 : 2012.06.1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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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치 전쟁터 같지요. 무려 1만 5000세대가 살던 땅이 4년째 이런 모습으로 방치돼 있습니다. 인천 구도심을 최첨단 입체도시로 만들겠다던 계획이 제자리를 맴돌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박현석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집주인 : 내 집이야! 일단 나가라고!]

철거 예정 건물에 대한 법원의 강제집행.

저항하던 집 주인이 급기야 자신의 몸에 흉기를 갖다 댑니다.

[지금 (재개발)사업 제대로 안 되고 있지 않습니까? 저희 언제 이사 가서 (언제 돌아올 수 있어요.) 애초에 사업을 제대로 했어야죠. 제대로 된 이주 대책을 해 주셨어야죠.]

거주하던 1만 5000세대 가운데 50세대만이 남은 상황, 낮에 봐도 을씨년스러운 모습의 거리는 벌써 4년째 그대로입니다. 

지난 2006년 인천시와 LH가 뛰어든 가정오거리 재개발사업이 4년 전 토지 보상과 주민 이주 단계에서 그대로 멈췄기 때문입니다.

폐허로 변해버린 도시 곳곳에서는 이렇게 썩은 물과 쓰레기로 가득 찬 지하공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밤이 되면 유령도시로 변합니다.

우범지대로 바뀐 건 물론, 노숙인과 유기견, 고양이들의 천국이 돼 버렸습니다.

이주 재정착을 원하는 이주민들만 매일 밤 촛불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김순용/가정 오거리 이주민 : 2014년에 완공돼 입주하는 걸로 돼 있는데 지금 헐지도 않고 이러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됩니까. 이 손해는 누가 배상할 거냐 이거죠.]

사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습니다.

인천시가 국토부와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바로 옆 경인고속도로를 일반도로로 바꾸는 것을 전제로 개발 계획을 수립한 뒤 덜컥 보상과 주민 이주부터 실시한 겁니다.

국토부의 불가 방침에 토지 이용계획이 어그러지자 사업은 전면 중단됐습니다.

LH가 지급한 보상비는 이미 1조 6000억 원.

이자만 매년 700억 원이 넘습니다.

[박화영/LH 루원시티 사업단장 : 부동산경기의 급격한 악화, 그리고 경인고속도로 일반 도로화 포기 이런 것들이 모두가 맞물려서 어쩔 수 없이 이자 부담이 되더라도 합리적인 사업 시행방안이 수립되기 전에는 사업을 착수하기 어려운 그런 실정입니다.]

어설픈 사업 계획으로 매년 수백억 원을 빨아들이는 유령 도시.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인천시의 재정난까지 겹치면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영상취재 : 김흥식·임동국·김흥기, 영상편집 : 박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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