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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집단 수술 거부가 해결책 아니다

최고운 기자

입력 : 2012.06.13 10:52


대한의사협회가 집단 수술 거부를 결의했습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개원의사회 회장 등이 어제 1시간 반 가까운 논의 끝에 수술 거부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직 각 과 이사회가 열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바뀔 가능성도 물론 있습니다.

이유는 역시 다음달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포괄수가제 때문입니다. 포괄수가제라는 말은 ‘수가’도 그렇고 ‘포괄’도 그렇고 쉽지 않은 단어의 조합이라 어떤 의미인지 딱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그렇게 어려운 개념만은 아닙니다.

치질 수술을 예로 들어볼까요? 만약 제가 치질 수술을 한다고 하면 일단 병원을 선택해야 합니다. 실력 좋기로 소문났지만 규모는 좀 작은 병원에 갈 수도 있고 유명하고 큰 병원으로 갈 수도 있겠죠. 두 병원 가운데 어디를 택하든 치질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건 변함이 없겠지만, 금액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진통제를 어떤 것을 쓸까부터 시작해 의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수술한 이후 병원비 내역을 보셨던 분들은 알겠지만 지금은 의사가 한 행위별로 돈을 내는 시스템, 즉 ‘행위별 수가제’입니다. 그런데 다음 달부터는 행위별 수가제가 포괄 수가제로 바뀝니다. 항생제 사용과 같은 불필요한 진료행위를 없앰으로써 환자의 진료비 부담은 물론 진료비 계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병·의원과 환자의 다툼도 줄이겠다는 취집니다.

물론 모든 질병에 대해서는 아닙니다. 제왕절개분만·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산부인과), 백내장수술(안과), 맹장염수술·치질수술·탈장수술(일반외과), 편도 및 아데노이드 수술(이비인후과) 등 상대적으로 빈도가 높은 7개 질병군의 외과수술이 그 대상입니다. 복지부는 이 7개 질병군에 대해서는 진찰·검사·수술·주사·투약 등 진료의 종류나 양과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일정액의 진료비를 부담하도록 하는 일종의 정찰제, 즉 ‘포괄수가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2002년부터 시험 적용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이 끝나 다음달 1일부터는 전국 병·의원에 의무 적용하고 내년부터는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의사협회는 왜 반대할까요? 간단합니다. 포괄수가제가 도입되면 좀 더 좋은 진료를 받고 싶은 환자의 권리가 무시될뿐더러 정해진 진료만 하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의사협회는 자신들이 포괄수가제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7월 시행 방침을 바꾸지 않는다며 수술 거부를 하겠다는 건데요, 지난주 백내장 수술을 거부하기로 한 안과에 이어 이번에는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산부인과,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개원의사회 등이 가세하기로 한 겁니다.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어젯밤 저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료비가 계속 부풀어 온 데는 의사들의 무관심과 침묵도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어떻게 이런 식으로 강제 시행에 가깝게 정책을 진행할 수 있나. 최소한 의사협회를 파트너로 삼고 행위별 수가를 어떻게 보완할지 논의조차 없었다. 정확히는 수술 거부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진료 포기’인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예를 들었습니다. “현재 맹장 수술을 한 사람이 장 유착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약물을 추가로 쓰기를 원하면 의사의 판단 아래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포괄 수가제가 시행되면 원하는 사람도 쓸 수 없지 않느냐. 명백한 환자의 권리 침해다”라고요. 환자에게 어떤 진료를 할지는 의사의 고유 권한인데 이를 정부가 법으로 규정하려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사람들이 포괄수가제를 잘 모르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포괄수가제가 갖는 장단점은 명확히 보지 못한 채 ‘의사들이 수술 거부한대’ →‘포괄수가제 시행 반대 때문이래’ → ‘수술 거부하는 건 나쁜 거야’ → ‘그럼 포괄수가제는 좋은 거겠네?’ 식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포괄수가제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 시간을 갖고 포괄 수가제 적용 범위, 질병 분류체계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을 원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응급환자는 예외로 둔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7개 질병군 안에 들어가는 수술을 모두 다 거부할지는 이번 주가 지나야 확실해지지만, 어떤 경우에도 응급 수술은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주 백내장 수술을 처음 거부하겠다고 밝힌 것도 백내장이 응급 환자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술을 거부한다는 의사들에 대해 사람들이 느낄 분노와 환자들의 불편을 이해하면서도 포괄수가제를 거부하는 데는 수술 거부만한 확실한 수단이 없다는 것을 고려한 조치로 들렸습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어떤 입장일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7월 1일 시행에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안과 의사들이 백내장 수술을 거부한 이후 다른 과도 수술 거부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들과 다시 한 번 모여 논의를 했지만 바꾸기는 힘들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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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로는 ‘합의’라는 단어를 들었습니다. 지난 2006년 상대가치 수가 결정할 때로 돌아가 보면, 수가가 낮아진다며 가장 먼저 수술 거부 카드를 꺼내 든 안과만 하더라도 이미 안저 검사의 비중을 높이고, 백내장 수가는 낮추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는 겁니다. 물론 이 결정은 보건복지부가 혼자 내린 것이 아니라 전임 의사협회 집행부 등과 함께 논의했던 내용인데 이제 와서 입장을 바꾼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임 의협과 포괄수가제, 만성질환 관리제 등에 대해 이미 함께 추진해 왔던 사안을 놓고 현 노환규 의협 회장 등 집행부가 새로 당선되면서 뜻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아무리 해도 납득이 안 된다는 겁니다. 복지부가 의협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을 바꾸면 그야말로 욕을 먹어야 할 일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습니다.

집단적인 수술 거부가 현실화 되면 발생하게 될 피해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내년부터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종합병원, 상급 종합병원 등에서는 수술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7월부터 거부한다고 하는 개원의들도 예약된 수술은 진행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또 수술 거부에 동참하는 병원도 응급환자는 수술을 한다고 하고, 응급환자가 아니더라도 정 수술을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다른 곳을 택할 수 있으니 의료대란이 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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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쨌거나 집단적인 수술 거부가 현실화 되면 강력하게 제재할 방침을 밝혔습니다. 먼저 진료 거부 등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서 시정명령 내린 뒤 면허 정지 등의 절차를 밟아나갈 방침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으신가요? 설령 집단 수술 거부를 통해 환자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 해도 저는 수술 거부를 꺼내든 행위 자체를 곱게 봐주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를 존중하는 것은 그들이 오랫동안 쌓은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생명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아무나 진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한 것도 그런 이유겠죠. 그런데 그걸 이용해 원하는 바를 얻어내려고 한다면 모두의 믿음을 져버리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