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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반 푸틴 대규모 야권 시위, 충돌없이 끝나

입력 : 2012.06.13 03:17|수정 : 2012.06.15 16:03

주최측 주장 10만명, 경찰 추산 2만명 참가
전문가 "야권 저항 분위기 서서히 약화" 주장


러시아 야권 지지자 수만 명이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 정부와 여당이 최근 시위 질서 위반자들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한 새 법률을 채택한 뒤 처음 열린 이날 시위는 그러나 당초 우려와는 달리 시위대와 경찰 간 별다른 충돌없이 평화롭게 끝났다.

시위 참가자 가운데 체포된 사람도 없었다.

◇ 수만명 참가한 '100만명 가두행진' = 시위 주최 측은 당초 이날 푸틴 집권에 반대하는 '100만명 가두행진'을 벌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참가 인원은 예상보다 크게 적었다.

주최 측은 약 10만 명이 가두행진과 그에 뒤이은 집회에 참가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약 2만명이 가두행진에, 약 1만5천명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어느 경우든 '100만 명 가두행진'이란 말이 무색한 규모였다.

야권 지지자들은 이날 정오부터 시내 푸슈킨 광장에 집결하기 시작해 오후 1시께부터 가두행진에 들어갔다.

참가자들은 중도좌파 성향 정당 '정의 러시아당' 당원들과 좌파 성향 정치단체 '좌파전선', 민족주의 정치 단체 회원들이 주류를 이뤘다.

수사당국인 연방수사위원회의 소환에 불응하고 시위에 나온 '좌파 전선' 지도자 세르게이 우달초프, 자유주의 성향의 미등록정당 '국민자유당' 공동의장 블라디미르 리슈코프,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前) 총리 등이 시위대를 이끌었다.

지난해 말 이후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온 또 다른 야권 지도자인 유명 블로그 알렉세이 나발니와 자유주의 성향의 야권 단체 '솔리다르노스티(연대)' 공동 지도자 일리야 야신 등은 연방수사위원회 소환에 응해 출석하면서 시위에 참석하지 못했다.

오후 2시 30분께 사하로프 대로로 모여든 시위대는 이곳에서 군중집회를 열었다.

집회 연설에 나선 우달초프는 "오는 10월 7일 대규모 시위를 다시 열고, 그전에는 국가 전역에서 경고성 파업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앞서 지난달 6일 반정부 시위와 관련 체포된 야권 인사 13명의 석방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이자"고 촉구했다.

뒤이어 연설에 나선 카시야노프 전 총리는 "우리는 혁명없이 현 정권을 퇴진시키길 원한다"며 "이는 그들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자유당' 공동의장 보리스 넴초프는 연설을 하던 도중 연단에 올라온 경찰로부터 현장에서 연방수사위원회에 출두하라는 소환장을 전달받기도 했다.

시위대는 이날 집회 마지막 무렵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담은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는 국가 지도부 사퇴, 의회 해산 및 총선 재실시, 새 의회에 의한 개헌 및 대통령 선거법 개정 등의 요구가 포함됐다.

약 1시간 동안의 집회 뒤 참가들은 서서히 해산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오후 4시15분께 집회가 사고없이 끝났다. 체포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 야권 시위 수그러드나 = 이날 야권의 '100만명 가두행진'은 두 번째 시도였다.

앞서 푸틴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지난달 6일 시도됐던 '100만명 가두행진'은 경찰과 시위대 간 무력 충돌과 대규모 체포 사태로 끝났다.

이후 경찰은 이날 시위에서 폭력을 행사한 10여명의 야권 인사들을 체포해 조사하는 한편 시위를 주도한 주요 야권 지도자들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후 러시아 정부와 여당은 앞서 8일 집회 질서 위반자들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하는 법률을 채택했다.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 간부를 맡고 있는 정치학자 알렉세이 체스나코프는 "12일 야권시위가 참가자 수나 열기에서 이전 시위보다 크게 약화됐다"며 시위대의 적극성이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체스나코프는 정부가 정당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방정부 수장을 직선제로 뽑는 법률 개정을 하는 등 야권의 불만을 배출시키는 숨구멍을 터준 것이 반정부 분위기를 약화시켰다며 여름 휴가기를 거치면서 야권의 저항 열기가 한층 더 수그러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부에선 국제 경제 위기의 영향으로 러시아 경제상황이 지금보다 크게 악화하면 정치 문제와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시민의 불만이 증폭돼 야권 시위가 한층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것을 기념하는 '러시아의 날' 기념식에서 행한 연설에서 사회적 안정과 점진적 발전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와 같은 광대한 다민족 국가에는 점진적이고 순차적인 발전이 절대적 가치를 가진다"며 "사회ㆍ경제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어떤 결정이나 행보도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