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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식물이 숙주의 유전자 훔쳐 가

입력 : 2012.06.09 11:33


냄새 고약한 거대한 꽃을 피우는 것으로 유명한 동남아 지역의 기생식물 라플레시아(Rafflesia cantleyi)가 숙주 식물인 테트라스티그마(Tetrastigma rafflesiae)로부터 유전자를 훔쳐 왔음이 학자들의 연구로 밝혀졌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8일 보도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및 미국 과학자들은 라플레시아가 유일한 숙주인 포도과 식물 테트라스티그마로부터 훔쳐 온 유전자들이 호흡, 대사 등의 기능을 하고 있으며 일부는 기생식물 고유의 유전자 활동을 대체하기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BMC 지노믹스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유전자의 수직 이동은 부모-자식 관계에서 일어나지만, 수평이동은 두 개의 다른 유기체 사이에서 유전자가 이동하는 현상이다.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교환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바로 유전자 수평이동 방식인데 최근 여러 연구에서 식물들, 특히 기생식물과 숙주 식물 사이에 이런 이동이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라플레시아와 테트라스티그마 사이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라플레시아의 전사체(轉寫體: 어떤 세포나 조직에서 어느 순간에 발현 중인 RNA의 총합)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2%인 49개가 원래 숙주의 것이었으나 기생식물에 의해 옮겨진 것임을 발견했다.

이렇게 옮겨진 전사체의 4분의 3은 라플레시아가 원래 갖고 있던 전사체를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라플레시아가 숙주 식물의 유전자를 상당히 오래전부터 서서히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유전자 이동 속도가 빨라진 것은 기생식물이 숙주생물로부터 양분을 빨아먹는 능력이 강화된다든가 숙주의 방어체계를 회피하는 등 건강상의 이익을 얻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더 나아가 기생식물의 유전자 가운데 약 3분의 1이 점점 더 숙주의 유전자를 닮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테트라스티그마가 어떻게 이런 기만적인 술수에 대처하는지 밝혀진다면 기생식물과 숙주 간에 느리게 진행되는 전쟁의 전모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