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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금리동결 배경은 유럽 정부 압박

입력 : 2012.06.07 03:04

부양 의지로 시장 달래며 각 정부에 행동 촉구


유럽중앙은행(ECB)이 6일 기준금리를 1.0%로 동결했지만, 유럽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유로존 국채 금리가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으로부터 환영받았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ECB가 모든 방면에 걸쳐 면밀히 상황전개를 주시하고 있다.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부양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기 때문이다.

드라기 총재는 또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동결이 결정된 것에 대해 "일부 집행이사는 금리 인하를 선호했다"고 말해 당장 내달에는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날 금리 동결은 사실상 시장에서 예견된 것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의 시장조사에 답한 애널리스트 60명 중 48명이 금리 동결을 예상한 반면 단지 11명 만이 0.25% 금리 인하를 내다봤다.

따라서 시장의 이목은 금리 인하 보다는 드라기 총재의 유로존 위기에 대한 상황 인식과 ECB의 대응 자세 쪽에 맞춰져 있었다.

금리 동결 예상이 우세했음에도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증시가 오전 장부터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것은 이 때문이었다.

금리 동결 발표 이후 증시가 실망 매물로 일시적으로 출렁거렸지만,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 이후 상승폭을 되찾았다.

ECB 발표에 대해 `행간의 의미'를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했다는 방증이다.

ECB가 금리를 동결한 것은 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17일 그리스 총선의 재실시와 이달말 유럽연합(EU)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ECB가 우선 두 가지 이벤트의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 정부들이 행동에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해서는 ECB가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드라기 총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3년 만기 장기 대출 도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조치가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달려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유로존의 문제 중 일부는 통화정책과 관련이 없다"고 한발짝 물러섰다.

더욱이 "다른 기관의 행동 결여로 생긴 공백을 통화정책으로 메우는 것을 옳지 않다"며 통화정책에만 기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지난주 브뤼셀 유럽의회 경제위원회 연설에서도 "각 정부의 행동 부족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는 것은 우리의 의무도 소명도 아니다"라며 정부에 공을 던졌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유럽 정부들이 재정과 경제 동맹을 가속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칭찬이지만 결속을 강화하라는 주문이 담겨 있는 것이다.

ECB는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시장에 강한 부양 의지를 내보임으로써 시장을 안심시키면서 동시에 정치권에는 결속과 행동이 선행돼야만 움직일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브뤼셀 소재 ING의 애널리스인 카르스텐 브르제스키는 "ECB는 유로존의 소방수 역할을 하는데 지쳤으며 자리를 지키는 것을 선호한다"면서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정치권에 압력을 가능한한 최고 수위로 높이기 위한 올리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를린=연합뉴스)